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이 7일 법정에 처음 출석해 “말도 안 되는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그간 공개되지 않은 물증을 재판에서 공개하며 “대장동 개발 매개 유착관계 뿌리인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 김용 “투망식 기소” 혐의 전면 부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김 전 부원장은 “10억 원, 20억 원 등 억대의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고, 수수하거나 공모한 적도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수년간 유착관계 유지하던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의 대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을 거쳐 8억4700만 원(실수령 6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은 남 변호사의 측근 이모 씨가 정민용 변호사에 전달한 금액의 규모와 일정 등을 적은 수기 메모도 처음 증거로 공개했다. ‘Lee list(Golf)’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어 검찰은 2021년 4~8월 정치자금이 전달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 전 부원장 측은 “하나만 걸리라는 식의 투망식 기소”라며 “공소사실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증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은 날짜가 특정되지 않아 방어할 수도 없고,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도 사실상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 뿐이라는 것이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돈을 요구하는 게 얼마나 부도덕하고 어리석으며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며 “돈을 달라는 얘기조차 꺼낸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 檢, 쇼핑백·상자 등 현금 전달 방법 공개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했다는 골판지 상자를 직접 법정에 가져와 시연했다. 박스가 예상보다 부피가 크지 않고 현금 5억 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버스정류장 앞, 도로 근처 등에서 돈이 오갔다는 검찰 주장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상자 5개를 담은 나이키 가방’ ‘발렌티노 상자’ ‘타이틀리스트 쇼핑백’ 등 돈이 오간 구체적 정황을 밝히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9월 이후 대장동 일당 중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정 변호사를 3차례 만났고 당시 둘이 공중전화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첩보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김용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지 않았다면 대선 기간에 공범인 정민용을 만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올해 1월 서울구치소를 찾아 자신을 ‘장소변경 접견’ 방식으로 면회한 게 언론에 공개된 것을 문제삼았다. 그는 “구치소에서 규정에 따라 교도관이 입회한 가운데 저와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이 찾아와 위로 몇 마디를 한 것을 검찰의 책임 있는 분이 ‘증거인멸’이라며 언론에 흘렸다”며 “이게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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