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 없는 곳서 쉬시길”… 인천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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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시민 “대출 받은 돈 날리고 고통
실질적 대책으로 비극 반복 막아야”

6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6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겐 집이 감옥이 되고, 무덤이 됐습니다. 집 걱정 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6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에 모인 시민 100여 명은 이같이 쓰인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있었다.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피해자 A 씨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건축왕’ 일당은 지난해 1∼7월경 미추홀구 일대 소유 주택 중 163채가 경매에 넘어갈 것을 예상하고도 권리 관계를 숨긴 채 전세 계약을 맺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 약 12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8월 전담팀을 구성한 후 현재까지 일당 59명을 붙잡아 핵심 관계자 1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흔은 그대로다. 3일 오후 A 씨가 거주하던 미추홀구 집 현관문에는 ‘임의경매 중지, 전세보증금 반환 및 구제 방안 촉구’라는 문구와 함께 경찰의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역시 건축왕의 피해자인 B 씨는 “A 씨가 저녁마다 신세를 한탄하며 ‘살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무슨 심정이었는지 이해가 간다”며 “저 역시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빌라 인근 부동산 4곳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건축왕’ 일당의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 씨(36)는 “A 씨가 대출을 얻어 마련한 전세금 7000만 원을 하루아침에 잃은 후 매일 우울감과 고통을 호소했다”며 “피해자가 더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인천#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식#미추홀구 건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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