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봉현 숨겨준 ‘10년 전 지인들’에 실형 구형

검찰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달아나는 과정을 도운 지인들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의 친구 A(48)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회장의 과거 지인 B(60)씨는 징역 8개월, A씨의 사회 후배인 C(37)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들은 스타모빌리티, 수원여객 등과 관련해 13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11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달아나 은신한 과정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10여년 전 연락이 두절됐던 김 전 회장을 지난해 10월께 우연히 다시 만났다.

이후 재판부 기피신청이 기각된 김 전 회장이 사설 토토·카지노운영 이권과 현금 등의 대가로 이들을 포섭해 도피 계획을 짜고 실행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1시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조카 김모(33)씨 차량에서 전자팔찌를 끊은 뒤 A씨의 지인과 B씨, C씨의 도움으로 차량 여러대를 갈아타고 경기 화성 동탄까지 이동해 C씨 집에 머물렀다.

이후 A씨는 C씨에게 현금 3000만원을 주고 동탄의 한 아파트를 빌리게 했고, 김 전 회장은 이곳을 은신처 삼아 지난해 12월 29일 검찰 수사팀에게 체포될 때까지 숨어있었다. 당시 A씨가 준 돈으로 C씨는 김 전 회장에게 음식과 휴대전화 등 생필품을 구해줬다고 한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의 도주 과정을 도왔지만 약속받았던 대가는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김봉현을 도피하게 해 수사기관의 검거를 어렵게 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김봉현의 검거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굉장히 반성하고 있다”며 “범행을 다 자백하고 수사과정에 적극 협력한 점을 참작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고 밝혔다.

A씨도 “잘못을 많이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고, B씨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이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나는 걸 도운 조카 김모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 실형 선고를 받은 것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은 남자친구를 통해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미국에 사는 친누나 김모(50)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교사죄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의뢰 및 여권 무효화 절차를 통해 신병 확보를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