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부상 ‘공문제’ 음악 복원의 길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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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역사문화硏, 생존자 극적 확인
보부상놀이 악사 참여 사실 밝혀져
당시 채보한 악보로 피리 연주 시연
고증 토대로 음악적 요소 복원 추진

지난해 11월 12일 충남 예산 예덕상무사 공문제 행사에서 임대식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피리로 민삼현 등 공문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지난해 11월 12일 충남 예산 예덕상무사 공문제 행사에서 임대식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피리로 민삼현 등 공문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보부상 단체의 의식 가운데 ‘공문제(公文祭)’가 있다. 총회에서 공문과 인장, 접장 및 임원 명단 등을 놓고 지내는 제사 겸 축제다. 학계에서는 충남지역 보부상 단체에서 발달해 온 고유한 의식으로 보고 있다. 충남도가 문화재청의 미래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공모 사업을 따내 공문제를 무형문화유산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충남 보부상 공문제 복원 및 전승기반 구축 사업’ 추진에 본격 나섰다.

공문제 복원에서 가장 난제는 음악적 요소였다. 공문제에서 ‘계화자 소리’를 부르고 ‘민삼현’이 연주된 것으로 문헌에 전한다. 이는 동아일보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제시한 동아일보 1969년 5월 1일자는 충남 부여에서 열린 공문제 행사 때 악사의 연주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증언해 줄 사람이나 관련 자료가 미비해 복원 길이 막막했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최근 그 실마리를 찾았다. 1978년 보부상놀이 팸플릿을 살피던 중 참여자 명단에서 생존자인 임대식 씨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대금산조(국가무형문화재 45호)와 은사별신제(국가무형문화재 9호) 이수자인 임 씨는 당시 23세 나이로 보부상놀이 삼현육각 악사로 참여해 피리를 연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현육각은 피리1, 피리2, 대금, 해금, 장구, 북 등으로 구성된 악기 편성을 이른다.

임 씨는 동료 국악인인 정필환 씨가 당시 채보해 놓은 민삼현 악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임 이수자는 “각종 제례 등에서 연주되던 민삼현이 당시 보부상 놀이에서도 쓰이고 있었다”며 “그 이후 은산별신제 때마다 민삼현을 연주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예산 예덕상무사 공문제 행사에서 임 이수자는 당시 채보한 민삼현 악보를 바탕으로 피리 연주를 시연해 보였다. 국악이론가인 노정숙 박사는 공문제 음악을 이론적으로 정리해 줬다.

충남 부여에서 열린 공문제 행사를 다룬 동아일보 1969년 5월 1일자. 동아일보DB
충남 부여에서 열린 공문제 행사를 다룬 동아일보 1969년 5월 1일자. 동아일보DB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런 고증 결과를 토대로 공문제의 음악적 요소의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유병덕 책임연구원은 “삼현육각으로 악단을 구성해 민삼현 등의 공문제 음악을 재현할 계획이다. 또 악보를 전승 자료로 안착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문제 전반에 대한 복원 작업도 벌인다. 지난달 22, 23일에는 공문제 4개 전승단체와 전문가, 도 및 시군 관계자 등과 함께 충남 보부상 공문제 복원사업 결과보고회 및 전승단체 워크숍을 개최해 공문제 고증의 성과를 보고하고, 복원 가능성에 대해 토의했다.

보부상은 조선 후기에 전국적인 조직으로 성장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이 지출하면서 거의 와해됐다. 하지만 근현대기에 개발이 더뎠던 충남의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1960년대까지 명백을 유지했다. 충남 저산팔읍상무사의 좌사(부상)와 우사(보상), 예덕상무사, 원홍주등육군상무사의 고문서 및 전적, 인장과 인궤, 촉작대, 깃발, 청사초롱 등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국가민속문화재 지정 전체 보부상 유품의 약 77%(225점 중에 173점)가 충남 지역의 보부상 유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보부상#공문제#음악 복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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