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안 3대 쟁점 ‘공탁·배임·위헌’…법조계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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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9일 06시 47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눈가를 닦고 있다. 2023.3.7 뉴스1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눈가를 닦고 있다. 2023.3.7 뉴스1
정부가 국내 재단을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공탁’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억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법률적으로 당사자가 수령을 거부하면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해 현재로서는 정부가 법원에 배상금을 맡기는 공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 법원이 공탁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재단에 출원금을 낼 경우 ‘강제성’이 부여돼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정부가 정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 결정이 일제강점기를 부정하는 헌법 취지에 어긋나 ‘위헌적’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통치행위’의 일환인 만큼 법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 “피해자 동의 없는 공탁 무효…민법 아닌 국제법 관점서 봐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발표한 6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2023.3.6 뉴스1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발표한 6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2023.3.6 뉴스1


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배상금 전달 방식은 법원에 배상금을 맡기는 ‘공탁’이 유력하다. 피해자 다수가 국내 재단으로부터 배상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법(469조1항)은 ‘당사자 의사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면 지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공탁금의 효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피해자 측은 앞서 ”공탁이 이뤄진다면 유무효를 다투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규 변호사는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는데 변제 가능한지 의문이 있기에 결국 공탁하게 될 것“이라며 ”공탁 효력 인정과 강제집행 여부가 문제가 된 만큼 결국 법원에 공이 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것은 액수가 아니라 누구로부터 받느냐도 포함된 것“이라며 ”제3자 변제 공탁은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단순 ’보상‘이 아닌 피해에 따른 ’배상‘인 만큼 민법이 아닌 국제법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국내 법원이 공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 이행 측면에서 일본 기업에 강제집행을 실시하면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이 사안의 핵심은 피해자와 전범 기업인 가해자 문제“라며 ”엄연한 범죄인 가해행위에 대한 ’배상‘ 문제로 단순히 민법으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재단의 공탁이 일본 기업의 채무 지급 거절 사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추가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로펌 A변호사는 ”미쓰비시 입장에서는 공탁을 이유로 채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며 ”소송에서 패소해도 공탁을 했으니까 원고 쪽에서도 강제집행을 못하게 되어 분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 배임죄 적용 가능성…”배상금 출연 정당성 필요“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마련한 해법 공식 발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3.6 뉴스1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마련한 해법 공식 발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3.6 뉴스1


정부가 민간 기업에 기부금 출연을 요청할 경우 배임죄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수십억원의 배상금을 대신 충당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장희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면 몰라도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압력을 준다면 명백한 배임이다“며 ”기부금 출연을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서 법적인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A변호사는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신 돈을 갚으라고 한다면 법적인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대신 채무를 지는 것이 회사의 경제적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실체적 근거가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절차적 문제“라며 ”기업의 의사결정은 특정인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의사 수렴과정을 거쳐서 진행돼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모금 형태로 배상금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기업에 강제성이 불가피하게 부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수혜를 본 기업들이더라도 정부의 강제성 없이는 자발적 모금을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기부금품모금금지법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금이 이뤄져야 하며 그 목적 역시 정당해야 한다“며 ”현재는 정부가 기업에 상당히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반면 최 변호사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으로 몇십억원을 기부할 때도 주주총회 결의 등을 거치는 것은 아닌 만큼 단순히 업무상 배임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POSCO)는 지난 6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기부금 출연에 대해 ”정부의 요청이 있을 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15명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40억원 규모로 기여 예상 기업으로 포스코, KT&G 등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수혜 기업 16곳이 거론된다.

◇ ”헌법 소원 사유“ vs ”행정부 통치 행위 인정해야“

6일 오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상을 먼저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23.3.6 뉴스1
6일 오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상을 먼저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23.3.6 뉴스1


이번 행정안전부의 배상 절차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것인데다 근본적인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절차였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를 계승하는 것을 가치로 둔 헌법은 그 이전인 일제강점 시기 그 자체를 불법적으로 본다“며 ”헌법의 핵심 가치를 부인하는 것으로 소원 사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행정부는 사법부와는 달리 정치적 결정을 해야하는 기관이므로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부의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일종의 ’통치 행위‘로 사법적인 부분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A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보면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확정 판결을 달리 해결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삼권분립에 위배되거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결에서 피고는 피해자들, 원고는 전범기업들이지 우리 정부가 당사자가 아니다“며 ”법학적으로 볼때 행정부의 결정은 통치 행위로 법적인 지적을 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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