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후 노동 현안 관련 첫입장 밝혀 “한국 평균 근로시간 OECD 중 4위” 獨 등 근로단위 긴 사례 언급은 없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유준환 의장·사진)’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되지 않아 ‘피로 사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역행하는 정책 변화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협의회는 9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관한 의견문’을 냈다. 이들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장시간 노동과 과로 탈피를 위한 국가의 제도적인 기반 마련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시기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8개 기업 신규 노조의 위원장들이 주축이 돼 지난달 21일 발대식을 열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가 합류해 9곳으로 늘었다. 발대식 당시 “노동 현안 입장을 공고히 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는데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첫 대상이 됐다. 이들은 이번 의견서가 협의회 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반대는 주 52시간으로 법적인 최저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한데, 해당 최저기준이 특정 기간 중 상황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기존보다 후퇴하는 근로조건이라는 취지다. 노동계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늘어 업무 시간 폭증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이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다만 연장근로 관리단위가 한국은 일주일로, 독일(6개월), 영국(17주), 프랑스(3개월), 일본(1개월)보다 짧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협의회는 “소위 인간다운 삶과 국제사회 노동기준은 시대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아지고 진보하는 양상이 있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왔던 국제사회의 계속적인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해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정부 개편안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위해선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선택권은 ‘개인’에게 있는데 결과적으로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 참여에 따라 선출된 근로자대표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80시간은 극단적 가정… 개편안, 글로벌 스탠더드”
고용부, 근로시간 유연화 비판 반박
“집중근무로 생산성 향상-실근로 단축 관행화된 장시간 근로서 탈피할 것 MZ노조도 개편 취지 반대 아닐 것”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사진)은 최근 발표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이번 개편안이 주 52시간제가 지향하는 바를 깨는 게 아니다”라며 “개편안은 실근로시간 단축에도 유효하다”고 9일 말했다.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 넘게 늘어날 수 있고, ‘초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논리의 비약, 극단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권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로시간 개편안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6일 고용부는 현재 ‘주(週)’ 기준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연 기준으로 확대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노동계와 근로현장에서는 “장시간 압축 노동을 조장한다”, “주 7일 근무를 가정하면 일주일에 80.5시간까지 일하게 될 수도 있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권 차관은 “(이 같은 예시는) 극단적 상황”이라며 “지금도 법을 어기고 주 7일 근무를 할 수 있겠지만, 연장근로 감독을 나가 보면 주 7일 근무나 밤샘 근무로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권 차관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매주 단위로 규제하는 방식이 세상에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한 기업에서 직원 100명 중 1명이 주 57시간을 일해 감독에 적발된 적이 있다”며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체크해서 매주 지키라고 하고, 지키지 않았다고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제도의 궁극적인 설계 목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말하는 생산성과 건강권의 조화”라고 했다.
권 차관은 “주당 평균으로 연장근로를 관리하고 장기 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사가 많이 없어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특정 기간에 근로 시간이 집중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집중 근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근로자들이) 안심할 방향으로 가도록 관행을 개선해 가겠다. 중요한 건 근로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의 문제”라고 했다.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서도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도의 개편 취지를 반대하기보다 (개편안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본다”며 “잘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이날 외신기자 정책 간담회에서 “70년간 경직적으로 운영돼 온 제도를 변화하는 산업현장 수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 선택권을 확대해 관행화된 장시간 근로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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