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하고 종량제봉투 받아 가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2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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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푸르미 재활용 정거장 운영
매주 2회 재활용품 분리 배출
선별율- 판매 수익 동반 급증

“계란판 뚜껑은 여기 넣으시면 안 돼요. 일단 저한테 주세요.”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에 마련된 ‘푸르미 재활용 정거장’. 쓰레기 분리 배출을 돕던 박숙희 씨(72)가 한 주민에게 이렇게 말하며 계란판 뚜껑을 꺼냈다. 계란판 뚜껑은 재활용이 용이한 페트(PET),폴리프로필렌(PP) 등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재활용률이 낮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성동구에서 분리배출 자원관리사로 활동 중인 박 씨는 “어떤 게 플라스틱이고 페트병인지 따로 교육을 받은 다음 주민들에게 설명해주는 역할”이라며 “주민들이 분리배출할 때 우리가 직접 안내하다 보니 수거가 잘 되고 재활용율도 높아졌다”고 했다.

9일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 마련된 ‘푸르미 재활용 정거장’에서 한 주민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다. 성동구는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20년부터 주 2회 이동식 분리배출함을 운영 중이다. 2020년 6곳으로 시작한 정거장은 올해 116곳으로 확대됐다. 성동구 제공
9일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 마련된 ‘푸르미 재활용 정거장’에서 한 주민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다. 성동구는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20년부터 주 2회 이동식 분리배출함을 운영 중이다. 2020년 6곳으로 시작한 정거장은 올해 116곳으로 확대됐다. 성동구 제공


● 자원관리사가 분리배출 안내

서울 성동구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푸르미 정거장’이라 부르는 이동식 분리배출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빌라와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주택가에선 재활용품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활용 쓰레기를 한 데 모아 비닐에 담아 배출하면 환경공무관이 수거해 자원회수센터에서 선별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구는 ‘푸르미 정거장’을 만들어 배출 단계부터 쓰레기를 분리배출토록 유도하고 있다. 푸르미 정거장은 주 2회(목·일요일) 오후 7~9시 주택가 골목길에서 운영된다. 페트병과 캔 등 총 8개의 분리배출함이 마련되며 정거장마다 2명의 자원관리사가 상주해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한다.

정거장을 이용하는 주민에겐 가정용 일반종량제봉투(10L)나 음식물용 종량제봉투(3L)를 지급한다. 정거장 이용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구 관계자는“주민들에게 분리배출 방법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자원관리사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2일 밤 마련된 푸르미 정류장에을 찾은 주민은 총 23명. 종이, 플라스틱, 캔 등을 가져온 주민들은 대부분 능숙하게 쓰레기를 분리배출한 뒤 돌아갔다. 간혹 페트병이나 플라스틱에 비닐이 붙어있으면 김연호 씨(70)가 재빨리 집어내 비닐을 분리시켰다. 자원관리사로 2년째 활동 중인 김 씨는 “예전에 플라스틱에 비닐을 뜯어내지 않은 채로 버리는 사람이 10명 있었다면 요즘은 2, 3명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했다.

● 재활용품 선별률 수직 상승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민 김모 씨(45)는 “이 동네에 10년 정도 살았는데 (빌라 등이 밀집한) 주택가다 보니 ‘재활용이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정거장이 생긴 후엔 시간만 맞춰 나오면 분리배출할 수 있고 종량제 봉투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선별률도 증가하고 있다. 구 자원회수센터에 따르면 정거장 운영 전인 2020년 55%에 불과했던 재활용품 선별률은 지난해 75%로 급상승했다. 특히 라벨이 제거된 투명페트병의 경우 처리업체로부터 최상 등급 품질로 인정받아 판매 단가도 2년 만에 356원이 오른 1㎏당 606원을 받고 있다. 자원회수센터의 재활용품 판매 수익도 지난해 기준 19억5000만 원으로 전년(12억 9000만 원) 대비 51% 증가했다.

구 관계자는 “푸르미 정거장을 운영하면서 재활용품 선별률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골목길도 깨끗해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책을 더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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