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성형압출기계서 화재 시작
타이어에 옮겨 붙으며 순식간 번져
직원들 신속 대피, 큰 인명피해 없어
9년만에 또 화재… 수천억 피해 추산
“악몽 같은 밤이었어요. 아파트 창문으로 연기가 들어와 화재 감지기는 계속 울리고 눈앞에서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그 자체였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49·여)는 13일 오후 대피소인 대덕문화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1시 반부터 불길이 보이더니 밤 12시 무렵부터 1시간가량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타이어 공장 옆에 주유소가 2개 있는데 거기까지 불이 번질까 봐 한 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12일 밤 시작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공장이 전소되고 타이어 수십만 개가 불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기와 분진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번지며 주민들이 대피했고 학교 3곳도 등교를 중단했다. 인근을 지나는 KTX 열차 운행과 경부고속도로 통행도 일시 중단됐다.
● 연기 분진 인근 아파트 덮쳐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제2공장 12동에서 발생했다. 타이어 반제품을 고무 틀에 넣은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작업 중 성형압출 기계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다. 불길이 가연성 높은 타이어에 옮겨붙으며 화재는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됐다.
소방청은 13일 오전 2시 10분경 1공장으로 불이 확산되자 인접 지역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산림청 헬기 5대를 포함해 헬기 9대와 장비 158대를 투입했다. 또 소방관 등 784명을 투입한 끝에 화재 1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경 초진을 완료했다.
화재 발생 직후 직원 4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해 대형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직원 10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소방대원 1명이 발목을 다치는 경상을 입었다.
또 불길이 순식간에 아파트 38층 높이까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다. 매캐한 냄새와 연기도 인근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덮쳤다. 인근 주민 김모 씨(40·여)는 “아파트 22층에 사는데 새벽 2시경 매캐한 연기가 올라와 숨이 막혔다”고 했다. 화재 반경 1㎞ 내에 있는 3개 중고교는 재량휴업을 하거나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공장과 50m 거리를 지나는 KTX 경부선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가 13일 오전 6시 반경 재개됐다.
이 공장에선 2014년에도 물류창고에 큰불이 났다. 60대 주민 A 씨는 “손자와 함께 대피소에 왔는데 처음도 아니고 화재가 되풀이되니 불안해 살 수가 없다.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 갈 것”이라고 했다.
● 피해 수천억 원 달할 듯
지난주 조현범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한국타이어는 경영공백 와중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나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먼저 화재가 난 대전공장 2공장(면적 8만6769㎡)은 전소됐다. 또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2공장 물류 창고 3곳 중 2곳이 불타 보관돼 있던 타이어 완제품 약 21만 개가 불탔다. 나머지 1개 창고에 보관됐던 약 19만 개는 현재 납품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 이후 한국타이어는 1, 2공장을 합쳐 연간 타이어 2300만 개를 생산하는 대전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2공장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공장에서만 연간 5000억∼6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소실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4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그 외에도 매출 차질로 인한 피해가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4개사가 공동 인수한 재산종합보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 한도는 최대 3000억 원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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