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관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의 북한 지령문 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진행된 집회, 시위 등에서 ‘퇴진이 추모다’ 등 구체적인 구호까지 북한으로부터 하달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은 수사 선상에 오른 민노총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북한이 이들에게 보낸 지령문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북한 지령문을 바탕으로 특정 구호 등을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활용했다”며 “사실상 북한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국내에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령문에는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거나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후 ‘퇴진이 추모다’ ‘패륜정권 퇴진’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 구체적인 투쟁 구호를 지령문으로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반미 집회·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구호를 외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물 중에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작성한 이른바 ‘대북 충성맹세문’도 다수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등을 맞아 작성된 맹세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충성맹세문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수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이라며 “북한 공작원 등이 대남 공작 과정에서 포섭한 이들에게 맹세문을 작성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공안당국의 수사를 “윤석열 정부의 정권위기 국면 전환용 공안 탄압이며 공안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민노총 전·현직 간부 및 경남 창원 중심의 반정부 단체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제주 조직 ‘ㅎㄱㅎ’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주요 피의자는 검찰로 넘겨졌고 공안당국은 이들을 따르던 일부 추종 세력에 대한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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