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희망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지진피해 어린이 보호 앞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나눔 다시 희망으로] 대지진으로 2300만 명이 타격
사고 당일부터 모금 활동 시작… 77년 현장 경험으로 전문성 갖춰
각국 정부와 협업해 문제 해결, 피난처에 아동 친화공간 설치
매일 수업과 함께 심리 치료… 이달 초엔 콜레라 백신 접종

(왼쪽) 시리아 알레포에서 진행된 콜레라 예방 캠페인에서 어린이들이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가운데 위)시리아 북부 아자즈 지역의 지진 피해 이재민 텐트촌에서 한 어린이가 유니세프가 제공한 위생용품과 함께 서 있다. (오른쪽)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니세프 물류창고에서 보낸 긴급구호 물품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왼쪽) 시리아 알레포에서 진행된 콜레라 예방 캠페인에서 어린이들이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가운데 위)시리아 북부 아자즈 지역의 지진 피해 이재민 텐트촌에서 한 어린이가 유니세프가 제공한 위생용품과 함께 서 있다. (오른쪽)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니세프 물류창고에서 보낸 긴급구호 물품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지난달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12만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2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다.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 어린이들은 열악한 의식주 환경과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유례없는 피해 규모와 오랜 분쟁으로 두 국가 모두 복구와 재건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120억 원 모금을 목표로 캠페인 진행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2월 6일 지진 발생 당일부터 모금 활동을 개시하여 2월 16일 500만 달러를 튀르키예와 시리아 어린이를 위해 유니세프 본부에 송금하였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튀르키예의 직접 피해 규모만 342억 달러(약 45조 원), 재건은 이의 2배가 넘는 비용이 소요되리라는 것이다. 이에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모금 목표액을 12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으며 3월 12일 기준 약 90억 원을 모금하였다.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지진 발생 직후인 2월 7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기철 사무총장과의 통화를 통해 튀르키예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방안을 협의하였다.

신뢰성, 전문성, 효율성 내세워 긴급구호
튀르키예, 시리아 어린이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국내 많은 구호단체 중 유니세프가 모금액 면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유엔 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프는 유엔 산하의 어린이 전문 구호 기관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직접 명시된 유일한 아동 권리증진 기관이자 196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검증된 기관이다.

77년의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전문성, 구호 물품의 대량 구매에서 나오는 원가 절감 그리고 유엔기관의 자격으로 각국 정부와 협력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식을 추구한다는 점 등이 유니세프의 실질적인 강점이자 많은 어린이를 구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특히 유니세프는 국제 구호 기관 중 가장 많은 나라(190여 개)의 영토에서 활동하며 5개의 물류 센터를 보유해 전 세계 어디서 재난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해 어린이를 지원할 수 있다.

수 십년째 튀르키예-시리아에서 국가사무소 운영
유니세프는 전 세계 155개국에 국가사무소를 두고 현장 구호를 펼치고 있으며, 튀르키예에서 73년, 시리아에서 54년째 해당 정부와의 협력하에 어린이 지원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번 지진 발생 이전부터 현지 튀르키예 사무소 직원 170명, 시리아 사무소의 직원 217명이 어린이를 지원해 왔으며, 지진 발생 이후에는 유니세프 긴급구호전문가들과 함께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니세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사무소에서 아동보호 프로그램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세젠 얄진 씨도 이번 지진을 직접 겪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구했지만, 미처 구조되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어른인 나도 너무나 무서웠던 그날의 기억들이 어린이들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라며 끔찍한 트라우마를 전했다.

시리아 타르투스 지역에 있는 유니세프 시리아사무소의 보건 프로그램 담당자인 매젠 이사 씨는 “지난 12년간의 분쟁으로 이미 집을 잃고 길 위의 삶을 사는 사람이 시리아 내에만 어린이 300만 명을 포함해 680만 명에 달한다.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 어린이들은 더욱 복잡하고 장기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유엔기관 자격으로 피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
유니세프는 튀르키예 보건부와 협력해 백신과 백신 저장 냉장고를 전달하고 어린이 14만8000명을 포함한 25만8000명에게 위생용품을 긴급 제공했다. 또한 어린이 16만3000명을 포함한 27만7000명에게 방한 의복, 히터, 담요를 제공해 추위로부터 보호했다. 또한 임시 피난처에 ‘유니세프 아동 친화 공간’을 설치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응급 심리치료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해 19만3000명에게 심리치료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 교육부와 임시 교육센터 87곳을 설치해 매일 2회 수업을 진행하며 3600명의 어린이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사회복지부와 협력해 가족과 떨어져 홀로 남겨진 어린이들을 돌보며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50만 명 이상의 지진 피해 지역 사람들에게 영양 및 식수 위생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재민들을 고려해 이동 보건팀을 운영해 진료를 실시하고 의약품 및 영양식이 포함된 긴급구호 물품을 29만4000명에게 제공했다. 또한 임시 피난처에 교육 및 놀이 용품을 제공하고 10만 명의 어린이와 가족에게 응급 심리치료 및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유니세프는 지진 발생 전부터 시리아 사무소에 주요 인도주의 긴급구호 물품을 준비해 두었기에 첫 지진 발생 48시간 내 북서부 피해 지역의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바로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재난 후에도 체류하며 복구-재건 지원
유니세프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정부와 함께 복구와 재건 작업을 지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인성 질병 예방과 식수 위생 환경 복구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펼칠 방침이다.

재난 지역에서 안전한 물과 위생환경은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된 특히 중요한 구호 분야이다. 유니세프는 3월 8일 시리아 보건당국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이들리브와 알레포 등 지진 피해 지역에서 콜레라 예방접종 캠페인을 시작해 170만 회분의 콜레라 백신을 지원하고 임시피난처를 방문해 이재민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또한 안전한 백신 조달과 저장을 위한 콜드체인(백신 저장을 위한 저온 물류 시스템)을 지진 피해 지역에 공급하고 북서부 지역의 40만 명 이상에게 안전한 식수 및 위생용품을 지원했다.

또한 파괴된 학교 건물의 복구를 지원하고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시 학습공간을 피해 지역 곳곳에 조성해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도 전쟁 직후 43년간 유니세프 도움받아
1946년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어린이를 돕기 위해 설립된 유니세프는 지구촌 위기 때마다 인종, 민족, 종교, 정치 등을 따지지 않고 어린이를 위한 차별 없는 구호를 펼쳐왔다.

한국 어린이들도 1950년 6·25전쟁 직후부터 43년간 보건, 영양, 식수 위생, 교육 등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경제 성장에 따라 1994년 선진국형 국가위원회인 지금의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 전환되면서 한국은 유니세프 77년 역사에서 수혜국이었던 개도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튀르키예는 6·25전쟁 당시 우리의 참전 요청에 가장 먼저 군대를 보내주었고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약 1만5000명의 튀르키예 젊은이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다 904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고 2068명이 부상을 당했다.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은 전쟁 중 한국 어린이를 위해 경기 수원에 ‘앙카라 학교’를 설립해 전쟁고아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이제 우리가 도와줄 차례다. 역대급 재앙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튀르키예, 시리아 어린이를 위한 긴급구호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유니세프의 최우선 목표는 어린이의 건강한 회복과 재건이다. 어린이들이 절망을 딛고 다시 희망을 품으며 온전히 성장해 튀르키예와 시리아, 나아가 인류의 건강한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유니세프는 지금까지 같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이 곁을 끝까지 지키며 구호 활동을 계속 펼쳐 나갈 것이다.

#나눔 다시 희망으로#나눔#기부#희망#대지진#튀르키예#시리아#유니세프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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