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건설현장에서 강압적으로 받아낸 월례비 일부를 상부로 올려보낸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이 이른바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건설업체에 월례비를 강압적으로 반복 요구해 받아낸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타워크레인노조 광주전남동부지회 소속 간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A 씨 등이 건설사에서 받아낸 10억7780만 원 중 1억 원이 상부 노조 계좌에 입금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광주전남동부지회 간부에게, 지회 간부는 상부인 광주전라타워크레인지부에 순차적으로 월례비를 올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월례비가 노조 측 주장대로 상여금 성격이라면 상부로 올려보낼 이유가 없다”며 “월례비가 광주전라지부를 넘어 타워크레인노조 본부 등 더 윗선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를 포함해 입건된 노조원들은 2019년 9월∼2021년 10월 아파트 건설현장 7곳에서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총 10억7780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7곳 중 1곳에서 1억85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입증한 후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나머지 건설현장 6곳에서의 범행에 대해서도 입증되는 대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광주전라타워크레인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관련 증거들이 상당 부분 폐기됐고 노조원들도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A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추가 수사를 거쳐 나머지 입건자들의 신병 처리 방안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5월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의 고소를 토대로 A 씨 등 36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다른 지역에서도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윗선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경찰은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수도권북부지역본부 산하 조직 간부 3명을 검거하고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의 범행에 ‘윗선’이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부 조직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날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도 건설현장 범죄와 관련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노총 전북본부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동시다발적 강제 수사에 대해 민노총 서울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때리기를 통해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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