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 극복]전문가들 ‘지방 활성화’ 대책
“각 지자체가 모든 기능 갖추는 대신 권역내 지자체별 나눠 가져야”
“지방 소멸 해법은 일자리 문제가 근본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생길 수 있도록 공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뺀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마땅한 청년 일자리가 없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광역 경제·생활권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청년들,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이 서울보다 출산율이 높은데도 지방 소멸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이를 많이 낳아도 이들이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떠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남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1.81명으로 서울 전체 평균(0.59명)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영광군은 정부가 2021년에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포함됐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로 지방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어려워지면서 청년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는 쇠퇴하고 새로운 서비스 일자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기다 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린이집을 비롯한 돌봄기관이 부족한 점도 청년의 지방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일본은 지방 산업단지에 아이들을 돌보는 곳과 집, 직장, 시장 사이의 동선을 짧게 만들어 순환형으로 잘 만들어주고 있다”며 “한국은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말할 때도 여전히 공장, 부지 등 하드웨어 요소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거점 선도 도시 통해 산업 생태계 구축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각 지자체가 일자리, 보육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메가시티(초광역도시)를 중심으로 경제협력권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인구를 데려왔다는 건 그 주변 지역에서는 빠져나갔다는 뜻”이라며 “지역을 권역으로 놓고 각각의 지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부터 40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24만9000명까지 줄었다. 이들이 취업 연령층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청년 수가 부족해 한 지자체가 모든 기능을 갖추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자체 간 협업의 틀을 만들고 광역 교통망을 제대로 구축해 이를 중심으로 혁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의 협업을 통해 수도권과 맞먹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단일 생활권이나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각 사업을 지자체들이 각각 하는 게 아니라 권역화해서 국토의 종합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설계도를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저출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는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 난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난자 냉동시술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첫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2017년(31.6세)보다 1.4세 높아졌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