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자 “‘우리 때가 더 힘들었다’는 어르신 말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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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5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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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저출산 핵심은 수도권 쏠림…심리적 경쟁감 해소해야”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서울의 출산율이 0.59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한 인구학자가 “서울을 생물학 종에 비유한다면 이미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0.59라는 건 한마디로 두 명이 만나서 둘을 낳아야 숫자가 똑같아지는데, 두 명이서 0.5명을 낳는 거니까 이렇게 되면 멸종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내국인 인구만 이미 2020년에 5000만 명을 찍고 지금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지금부터 앞으로 80여 년 뒤인 2100년까지, 못 줄어도 한 3000만 명은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각종 저출산 정책의 효과가 미비한 원인을 ‘정부의 근시안적인 투자’로 짚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데, 정부 정책은 주로 문제 되는 부분에 많이 투자된다”며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지난 정부도 이번 정부도 ‘이거 하나면 돼’라는 거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출산율이 하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꼽았다. 조 교수는 “청년세대의 경쟁감이 굉장히 심하다. 동년배만이 아니라 윗세대와도 계속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그럼 ‘내가 살아야지’와 ‘내가 빨리 후손을 낳아야지’ 중 어떤 게 중요할까를 (생각)해보면 (전자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인구가) 서울로 집중하게 되면 물리적 빈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불안감과 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 심리적 경쟁감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은 계속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조 교수는 특히 여성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지방은 대부분 제조업 중심인데, 제조업은 남성용 일자리다. 지방에서 잘 키워놓은 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 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서울뿐”이라며 “지방에는 남성들만 있게 된다. 울산·부산·창원 다 남초다. 여성이 없으니까 결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 때가 훨씬 더 힘들었다’며 지금의 청년 세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기성세대에 대해선 “그분이 틀리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30대 초중반에 있는 청년들은 가장 경쟁이 심한 삶을 살고 거기까지 왔다. 대한민국 인류 역사상(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때는 열심히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될 수가 없다”며 “사회가 아무것도 없는 데서 0에서 1을 가는 것과 100에서 101을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향후 저출산 정책이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 집중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지금 대학교 3학년이 된 2002년생부터 (연간) 출생아가 5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그 뒤로) 한 번도 안 올라갔다”며 “이들이 윗세대를 보며 ‘나도 저렇게 경쟁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안 낳게 되면 우리나라는 정말 미래가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70만 명이 대학 갈 때와 40만 명이 갈 때는 대학입시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학부모들은 안 바뀌는 걸 제일 좋아한다’는데, 사람이 제도에 맞춰 살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구조와 제도, 정책들에 청년들이 맞춰 오라 하면 안 된다. (변화하는) 청년 인구 수에 맞춰 (정부가)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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