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우산업개발 회장 비자금 2억 조성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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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자금세탁에 5명 동원 확인
경무관에 돈 흘러갔을 가능성 수사
회장측 “2억 아버지 집에 보관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무마 대가로 경찰 고위 간부에게 억대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산업개발 이모 회장이 지난해 지인 5명을 동원해 비자금 2억 원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송창진)는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요식업체 대표 A 씨에게 2억 원을 이체한 뒤 A 씨가 지인을 통해 ‘쪼개기 인출’한 현금을 아버지를 통해 되돌려받은 거래내역 등을 확인했다.

공수처는 이 같은 자금세탁 과정에서 A 씨를 포함해 5명이 동원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이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또 A 씨가 자금세탁 과정에 활용한 강릉 소재 한 은행 지점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지만 이들 5명은 최근 공수처의 추가 출석조사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자금세탁에 동원된 이른바 ‘강릉 5인방’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비자금 2억 원 중 일부가 김모 경무관(전 서울경찰청 경무부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사건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김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 원의 뇌물을 약속하고, 1억2000만 원의 뇌물을 실제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 담당 계장은 김 경무관과 2019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과장과 서장으로 각각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공수처는 이 회장과 김 경무관이 지난해 5월 대우산업개발의 협력업체 S 사의 대표 이모 씨의 주선으로, 김 경무관의 자택 근처인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같은 달 강원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이 김 경무관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자금세탁을 했다고 의심받는 2억 원은 아직도 이 회장의 아버지 자택에 보관중”이라며 “이 회장이 김 경무관과 만나 식사를 한 것은 맞지만 청탁이나 금품 지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대우산업개발#비자금 2억 조성#자금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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