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치권과 정부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틀은 유지한 채 논란이 됐던 주 최대 근로시간(69시간)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재검토한다는 기류다. 여당에서는 주 최대 근로시간에 64시간가량의 상한선(cap·캡)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 “여론조사 거쳐 주 최대 근로시간 결정”
대통령실은 이번 개편안의 취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것인데 현장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로 잘못 이해됐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 노동조합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주 단위로 묶인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69’라는 시간에 매달려서 마치 주 69시간 근로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며 “주 최대 근로시간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합한지 포커스그룹 인터뷰와 여론조사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 보완 지시가 어제(14일) 있었던 만큼 여론조사 등 준비가 먼저”라고 전했다.
여당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에서 64시간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지 않으면 주 최대 근로를 64시간으로 제한하지만,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면 상한이 없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줄 때도 상한을 두자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산업재해에서 과로 인정이 된다”며 “(이에 준하는) 주 단위 상한선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주 69시간은 과도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 주 최대 69시간 줄일 해법 찾기 고심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 달 17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1주 최대 69시간 근로’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개편안의 핵심이 ‘1주 12시간’으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평균 12시간’ 개념으로 바꾸는 것인데, 그 결과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주 6일 근무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보다 줄이려면 지금처럼 다시 1주 단위로 연장근로를 제한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고용부의 생각이다.
11시간으로 정한 근로일 사이 연속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바쁠 때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지키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의무가 아닌 선택조항으로 넣은 만큼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등의 대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추가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 미리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정해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 방식이다.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주지 않는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관리 우수 기업을 방문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16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 했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보완에 맞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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