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시원 복도 ‘50분 폭행’…그가 숨질때까지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사건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7일 14시 10분


고시원서 무차별 폭행 남성 2명 구속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 60대 남성 숨져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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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에서 옆방에 살던 무연고자 60대 남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일당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고시원 복도를 지나던 피해자와 부딪혔다는 이유로 약 50분간 무차별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11일 오전 1시경 고시원 복도를 지나던 A 씨는 방에서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오던 40대 남성 B 씨와 몸이 부딪혔다. 말다툼 수준이었던 실랑이가 이어지다 B 씨는 갑자기 A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하기 시작했다. 마침 이 고시원에서 B 씨와 친분이 있던 60대 남성 C 씨가 다툼을 발견하고 A 씨를 같이 폭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무차별적 폭행은 약 50분간 이어졌다. 이들은 A 씨가 넘어진 뒤에도 머리와 몸통을 계속 짓밟으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폭행당하는 동안 A 씨는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당시 고시원 방 안에 있던 다른 이웃 중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시원은 복도 폭이 2m 남짓할 정도로 좁아 방음에 취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고시원 내에 있던 이웃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 밖에서 벌어지는 폭행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고시원 이웃들이 A 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A 씨는 폭행이 시작된 지 약 7시간이 지난 오전 8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연히 고시원을 방문한 한 시민이 피를 흘리며 복도에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이틀 뒤인 13일 끝내 사망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고시원 다른 방 안에 숨어 있었던 B 씨와 C 씨를 11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은 12일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A 씨를 의식불명에 이르게 할 정도로 때리지는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 C 씨는 상해 등 동종 전과로 이미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숨진 A 씨는 왕래하는 가족이 없는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는 무연고자 공영 장례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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