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측이 직위해제 효력 집행정지 심문에서 “법무부의 무리한 인사로 유탄이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차 전 연구위원이 연구위원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한 것을 본인이 인정했다면서도, 연구위원직 자리에서 곧바로 직위해제 처분하게 되면 향후 인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차 전 연구위원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직위해제 처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달라”며 낸 소송의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 효력을 멈추는 결정이다.
차 전 연구위원 측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될 때 바로 직위를 부여하라고 규정돼있다”며 “형사사건에서도 구속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 바로 석방된다. 직위해제도 마찬가지로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서는 공무담임권과 근로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침해된 것인데, 기본권 침해가 어떻게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하겠냐”며 “현재 받는 봉급이 4인 가족의 생계유지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금전적 어려움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집행정지로 인해 월급이 줄어들어 달에 103만원 정도 받는다”고 호소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신청인(차 전 연구위원)은 기존에 고위공무원으로서 이미 억대 연봉을 받았다.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볼 게 아니라 재산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며, “직위해제로 인해 발생하는 감액은 이후 소급해 전액 지급이 가능하다. 당장 일시 지급 금액이 적다고 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차 전 연구위원 측이 직위해제 처분 이후 곧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게 아닌 1년이 다 돼서야 뒤늦게 집행정지를 신청한 이유를 물었다.
차 전 연구위원 측은 “지난해 9월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후 형사소송 대비에 정신이 없었다”며 “시간을 지체한 면도 있지만 그 정도 지체했다고 해서 긴급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심문에 직접 참석한 차 전 연구위원도 “1심 판결이 늦어도 2월에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기에 (행정소송 제기 직후) 섣불리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보단 1심 판결 이후 신청하는 게 유죄 판결의 개연성을 해소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현재 1심이 무죄로 판결이 나긴 했지만, 검찰에서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저희 입장에서는 (형사사건의) 결론이 항소심에서 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심문을 마치기 전 얻은 추가 발언 기회에서 차 전 연구위원 측은 직위해제 처분 경위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차 전 연구위원 측은 “직위해제 처분이 있기 전 고위직 검사들에 대한 인사가 있었는데 유배지로 꼽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에 4명이 추가되며 정원 초과 문제가 발생했다”며 “법무부에서 정원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유탄이 떨어졌다. 법무부가 인사권 남용을 덮기 위해 고통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연구위원이었던 신청인이 스스로 밝혔듯이 9개월 넘게 어떤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인정했다”며 “연구위원 재직 기간 동안 (본인) 공판을 대비했다고 언급했고, 연구위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다고 봤기에 정책보좌관으로 발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위원직에서 직위해제를 하게 되면 연구위원직을 채우지 못하는 등 향후 인사에 문제가 있어 불가피하게 전보 조치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본안소송과 마찬가지로 심리·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양측의 참고서면 등을 제출받은 뒤 이르면 4월 첫째 주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차 전 연구위원은 지난 2019년 긴급 출국금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긴급 출국 금지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함께 기소됐다.
법무부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과 국가공무원법을 고려해 지난해 차 전 연구위원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전보 조치한 후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차 전 연구위원 측은 이에 반발하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지난달 15일 차 전 연구위원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만일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경우 차 전 연구위원이 법무부에 재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