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아찔한 높이로 세워져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이 붙은 부산항대교에서 한 운전자가 극심한 공포감을 느껴 운전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는 최근 부산 영도구 부산항대교 진입 램프 초입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다리 진입로에 들어선 흰색 차 한 대가 갑자기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서는 모습이 담겼다.
뒤따르던 블랙박스 차량 운전자 A 씨는 어리둥절하며 같이 멈춰 섰다. 잠시 후 앞차 운전석에서 내린 여성 운전자 B 씨가 비틀거리며 A 씨에게 다가왔다. 놀란 A 씨가 “왜왜왜왜”라고 묻자 B 씨는 “제가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다”며 울먹였다.
A 씨가 “그렇다고 여기서 이러시면 어떡하느냐”고 하자 B 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떡해요, 어떡해. 제가 전라도 광주에서 왔는데 여기서 못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가시면 된다. 다 다니는 길”이라고 B 씨를 설득했다. 앞차 동승자도 내려 B 씨를 다독였지만 그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안 되겠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다. 결국 주행을 포기한 B 씨는 다른 차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갓길에 차를 댔다.
한문철 변호사는 “B 씨는 아마 112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본 이수근은 “충분히 이해된다. 초행길인데 당황하실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미선도 “그냥 봐도 길이 무서워 보인다”며 공감했다.
해당 도로는 지난 2014년 6월에 개통한 부산항대교의 영도 진입로다. 중앙부 높이는 66m로, 아파트로 치면 20층 높이다. 도로 폭 자체가 좁고, 부산항대교에 닿을 때까지 운전대를 최대한 꺾어 운전해야 하는 커브길이 2분가량 이어진다.
진입로를 일반적인 직선 도로로 만들 경우 경사가 너무 급격해져 도로 시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사를 비교적 완만하게 조절하기 위해 360도 회전형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량 아래로는 바다가 있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공포의 도로’, ‘부산 롤러코스터’라고도 불린다. 실제 램프를 타본 누리꾼들은 “고소공포증 있는데 무서워서 혼났다” “운전자인 나는 재밌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분은 눈 감고 타더라” 등 반응을 보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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