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뀐 사실을 모르고 40여 년 동안 지내 온 부모가 산부인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A 씨 부부와 딸 B 씨가 산부인과 원장 C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부부와 딸에게 한 사람당 5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0년경 경기 수원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녀를 출산한 A 씨 부부는 B 씨를 양육하며 40년 이상을 함께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딸이 자신들의 친자라면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로 불화를 겪던 A 씨 부부는 딸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딸이 부부 중 누구와도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회신받았다.
A 씨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친자가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병원은 당시 의무기록을 폐기한 상황이었다. 결국 부부의 친딸이 누구인지, B 씨의 친부모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명확한 증거 역시 없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산부인과 측에 명백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다른 아이와 뒤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40년이 넘도록 친부모와 친자로 알고 지내온 원고들이 생물학적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친생자가 아닌 B 씨를 부부에게 인도한 것은 피고 또는 피고가 고용한 간호사 등의 과실에 따른 것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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