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희 보건복지부 청년보좌역
“출산위주 지원, 청년들엔 먼 이야기
자율선택 가능한 맞춤형 정책 필요”
“저출산 정책은 주로 출산에 대한 지원이 많습니다. 미래에 출산을 해야 하는 저로서는 너무 먼 이야기로만 느껴져요.”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손윤희 보건복지부 청년보좌역(34·사진)은 정부가 9개 부처에 신설한 청년보좌역 중 한 명이다. 그는 복지부 2030 청년 자문단과 함께 청년 관점에서 저출산을 비롯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손 보좌역은 아직 미혼이지만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언니를 통해 간접적으로 육아를 경험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맞벌이하는 언니 부부를 돕기 위해 함께 살며 손주를 키우고 있다. 손 보좌역은 “언니의 모습이 보통 청년들이 처한 육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이를 낳을 때쯤이면 저희 부모님도 아이들을 돌봐주기 어려운 나이일텐데,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금성 지원과 보육 인프라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워킹맘을 위한 유연근무제가 도입됐으나 실제 사용률은 높지 않다. 근무시간이 줄어도 똑같은 업무량을 소화해야 한다거나 제도를 이용할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서다.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는 것처럼 육아 전쟁을 벌이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손 보좌역은 “아이를 낳기 전 청년들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삶이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저출산과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이다. 손 보좌역은 “수도권에서는 주거가 심각한 문제지만 비수도권에서 ‘청년 임대주택이 도움이 되겠냐’고 물으면 ‘(집값 싼데) 왜 임대주택을 사냐’고 말한다. 실제 청년이 집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의 삶이 너무 달라 중앙부처에 모든 정책을 수립·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지역에서는 거리가 먼 소아청소년과에 다니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려면 하루가 걸리는데 다른 자녀를 돌보며 회사를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손 보좌역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개인이 처한 상황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조립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임기 여성의 난자 냉동 지원처럼 출산 이전의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손 보좌역은 “출산 위주 지원 방식은 청년들에게 와 닿지 않는 먼 이야기”라며 “출산 이전 단계에서부터 지원을 시작해야 청년들에게 정책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 보좌역은 소아청소년과 간호사 출신으로 서울아산병원 가습기살균제지원 보건센터 연구직, 국회의원 비서관 등의 경력을 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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