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0일 대다수 시민은 여전히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남아있는 데다 미세먼지 농도까지 ‘나쁨’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내 개방형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다만 약국·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그러나 이날 서울 도심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해제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0여 명이 탄 시내버스에선 한두 명 남짓한 시민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하는 2호선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대부분 쓰는 게 습관화되었거나 미세먼지 등 건강을 우려해서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맘카페에서는 “벗은 사람도 간간이 보이는데 당분간은 쓸 예정” “아직 다들 착용하는 분위기라 눈치 보인다” “미세먼지 때문에 못 벗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환경부 대기질 측정 시스템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25개 구 모두 시간당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36㎍/㎥~75㎍/㎥) 수준 이상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해제 소식을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마스크를 손에 쥔 채 출근했다는 강남구 직장인 김모 씨(28)는 “첫날이라 그런지 버스에선 다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 그래도 이제 실수로 마스크를 집에 놓고 나와도 허겁지겁 다시 돌아갈 일은 없다는 게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이게 대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왠지 감격스럽다. 그동안 지하철에서 마스크 미착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아 싸움으로 이어진 모습도 여러 번 봤는데 이제 그럴 일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방역당국은 출퇴근 시간대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발열과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가급적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방역당국은 일반 약국과 의료기관, 감염취약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기저질환자와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모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노마스크는 4월 말, 5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 뒤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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