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소방관 44명 순직…“안전을 위한 과한 정책 필요” [디지털 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1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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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북 김제의 한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불로 인명 구조를 위해 집에 들어간 소방관과 70대 노인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6일 전북 김제의 한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불로 인명 구조를 위해 집에 들어간 소방관과 70대 노인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6일 오후 8시 33분경 전북도 소방본부 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집에 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주민과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가 안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출입구를 찾던 한 소방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길에 휩싸인 집으로 들어갔다. 현장 도착 1분 30초 만의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이 소방관은 끝내 가족과 동료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집에 있던 노인과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소방관이 된 지 10개월 만에 삶을 마감한 소방관의 가족과 동료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앞서 지난해 1월 경기도 평택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불이나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되면서 고립돼 화를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사고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쓰러져 가는 이들의 생명을 부여잡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보다 과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소방청이 지난해 6월 발간한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2년~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44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한 해 4명 이상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다가 가족과 동료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같은 기간 6155명 소방관이 다쳤다.

순직 사유는 구조와 화재가 29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위험에 노출된 활동이다 보니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정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2021년엔 ‘소방공무원 현장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올해 김제 사고 이후에도 대책을 논의 중이다.

6일 전북 김제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6일 전북 김제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진다. 사고를 막을 방법은 뭘까.

현장의 소방관들과 전문가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임용되면 4개월 정도 교육받는데, 주로 화재진압, 구조구급 등 직무 관련 교육을 받는다”며 “위험 상황에서 소방관 본인 안전을 지키는 훈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업무 특성상 순직 사고는 운명일 수 있다”면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예화,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을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설에서의 반복된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경진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대형 훈련장에서 실제 모형을 두고 훈련하는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시설은 매우 부족하다”며 “현장에서는 반복된 훈련에서 나오는 경험이 중요하다. 반복 훈련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은 물론 소방관의 안전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김제의 한 주택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소방관의 영결식에서 동료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북 김제의 한 주택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소방관의 영결식에서 동료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박영민 기자
박영민 기자
‘소방관의 기도’에 나오는 대목 중 일부다. 오늘도 현장의 소방관들은 이 기도를 되뇌며 현장으로 향할 것이다. 국민만 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출동한 현장에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현장의 소방관들과 전문가들의 조언만이 반복되는 희생을 막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너무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 더는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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