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NDC 수치 부문별 조정
2018년 대비 감축량 14.5%→11.4%
원자력-신재생-해외 감축 늘려 상쇄
환경단체 “기후위기 대응 포기” 비난
정부가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에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분야의 감축량을 늘린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놨다. 2030년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18년 대비 11.4%로, 지난 정부에서 정한 목표치보다 3.1%포인트 낮춰 잡았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21일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공개된 지 2년 만이다. 지난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구체적인 계획이 정비된 것인데, 현 정부가 내놓은 첫 탄소중립 로드맵이다.
총온실가스 감축량은 4억3660만 t으로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부문별 감축량은 달라졌다. 지난 정부안에서는 산업 부문에서 2018년 대비 14.5% 감축해야 했는데, 이번 안에서는 11.4%만 감축하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기존 계획보다 810만 t(2030년 배출량 2억2260만 t→2억3070만 t)의 부담을 덜게 됐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의 특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 부문에서 늘려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력 부문과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CCUS), 해외 녹색사업 등에서 줄여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전력 부문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양은 기존 44.4%에서 45.9%로 늘었다. 김 위원장은 “원전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덕분”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1년 7.5%에서 2030년 21.6% 이상으로 확대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포집 기술과 국외 사업을 통한 감축량은 각각 기존 계획보다 90만 t과 400만 t 늘었다.
2년 만에 다수 수치가 수정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이념을 떠나 과학과 합리를 기반으로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 감축안의 경우 산업계가 기대한 목표치를 크게 초과해 “현실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산업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목표치가 높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존에 산업 부문 배출량을 14.5% 줄이겠다고 한 목표가 무리한 수치였다”며 “수정안은 여전히 도전적 목표치이긴 하나 일부 불확실성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탄소 저감 관련 대대적인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 지원을 호소했다.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감안할 때 산업계 부담이 더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사실상 기후 위기 대응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포집 기술 등 새로 감축량을 늘리기로 한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탄녹위는 22일부터 각종 단체와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