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침수현상 가속화
테니스-족구-축구장 등 이용 통제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조사 나서
“지난해 가을부터 땅이 질퍽질퍽하더니 이젠 일대가 저수지처럼 변해 버렸네요.”
2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강변나들교 앞 주차장. 조깅과 산책을 위해 자주 삼락생태공원을 찾는다는 김모 씨(42)는 “공원 체육시설과 산책로의 침수 상황은 오래된 일”이라며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지반 침하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4.7㎢(약 142만 평)의 낙동강 하구 둔치에 각종 체육시설과 잔디광장, 자전거도로 등이 조성된 이 공원은 부산 시민의 대표적 휴식 공간이다. 공원 중앙지역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지점에 조성된 주차장 주변 녹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잔디가 깔렸던 곳이다. 약 20cm 깊이의 물 위로 오리가 헤엄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낙동강 방향으로 150m 떨어진 테니스장과 배드민턴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약 5000㎡(약 1515평) 규모의 테니스장은 맨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물에 잠겼다. 산책로 주요 출입구 곳곳이 통제됐다. 보행 가능한 길 곳곳에도 물이 고여 시민이 웅덩이를 건널 수 있게 나무 팔레트가 임시방편으로 설치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침수로 산책로가 통제돼 테니스장 옆 화장실을 쓰지 못한다”며 “500m 넘는 거리를 돌아 오토캠핑장 화장실 등을 써야 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삼락생태공원의 주요 체육시설과 산책로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구체적인 침수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근처의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사업 공사 현장이 침수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공원 침수 원인 조사와 대책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2000만 원을 투입해 1월 시작한 용역은 다음 달 끝날 예정이다. 낙동강본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침수 피해 면적은 테니스장 주변 약 2만8000㎡(약 8484평)에 달한다. 이런 침수현상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속화됐고, 12월부터 테니스장과 족구장, 축구장 등의 시설 이용이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본부가 현재까지 추측하는 침수 이유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강 둔치의 자연 침하에 따른 지하수 유입 △낙동강 물의 둔치 유입 등이 꼽힌다. 낙동강본부 관계자는 “침수를 처음 인지했을 때는 일시적 현상으로 곧 물이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 조사 결과 배수구의 관 막힘 등은 없었다”며 “구체적인 원인이 파악돼야 주요 시설의 운영을 재개할 수 있고, 만일의 안전사고도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둔치의 자연 침하나 강물의 유입보다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의 여파로 침수가 빚어졌을 개연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수 지역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공사장에서 3년 전부터 지하의 물을 퍼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의 시행사인 스마트레일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 마산을 잇는 32.7km의 복선전철 선로 건설 사업의 전체 공정은 98.4%다. 육상 선로는 모두 깔렸고, 낙동강 아래 3km 구간의 지하 터널 선로를 연결하는 작업만 남았다. 강바닥 아래 상·하행 선로 설치를 위한 터널 굴착공사가 끝났던 2020년 3월, 터널의 지반이 돌연 붕괴됐다. 이 사고로 터널에 유입된 지하수와 흙을 빼내는 작업이 3년째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작업의 공정은 90% 수준. 스마트레일 관계자는 “삼락생태공원의 침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공사와의 연관성이 드러나면 침수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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