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안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 등이 북한으로부터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라”는 내용의 지령문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 북한 칭송
2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통 조직원 4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7월 “반일 투쟁을 반미 정권 투쟁, 총파업 투쟁과 적극적으로 결합시켜 확대하고 이를 계기로 친일·적폐 보수세력 타격과 결합해 나갈 것”이라는 지령문을 하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한일 공조를 방해하기 위해 2021년 5월 자통 조직원 성모 씨에게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이용해 반일 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라”며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괴물고기 출현, 기형아 출생과 같은 괴담을 인터넷에 대량 유포시켜 사회적 반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라”는 지령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보수 유튜브 채널을 공격하라는 지령도 있었다. 2019년 6월 북한은 자통 총책 역할을 맡았던 황모 씨에게 XXXX, XXXX 등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이거나 능력 있는 조직원들이 보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댓글이나 만평을 게시해 법적 문제를 일으켜라”며 역공작을 펴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황 씨는 다른 조직원들과 만나 지령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8월 “사법농단 핵심 세력 다수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으니 인적 청산을 선행해야 한다”며 여론전 방안을 성 씨와 논의했다.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나눈 대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조직원 회합 자리에서 자통 조직원 정모 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내 여론에 대해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 총회장님(김정은)의 육성이 호감도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을 북한 공작원에게 전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 “압수수색 당하면 USB 부숴 삼켜야”
조직원들은 국내외 정세 관련 보고문을 작성해 수시로 북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성 씨는 지난해 10월 비속어 논란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 “대통령실과 외교안보라인의 무능과 갈등으로 보인다”는 보고문을 북측에 전했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직접 만나서 보고문을 전달하는 요령도 공유했다. 성 씨는 2019년 6월 경남 창원의 한 카페에서 조직원을 만나 캄보디아 현지 접선 요령에 대해 “오후 5시에 배낭을 매고 관광지도를 손에 들고 있으라”며 “북한 공작원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글 파일에 보고문을 담아 전달하되 수사기관에 들어가면 안되므로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항상 손으로 처리할 수 있는 주머니 같은 곳에 지니라”며 “압수수색을 당할 경우 손으로 부숴 입으로 삼켜버려야 한다”는 보안수칙도 공유했다.
한편 검찰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을 전달받은 민노총 조직국장 등 간부 4명에 대해서도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민노총 조직국장에게 지령을 보내 “참사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는 활동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3월 대선 직후에는 “정치권에 대해 민심이 안 좋은 분위기를 진보 운동세력 확장 기회로 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공안당국은 이날 자통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직간접으로 가담한 민노총 간부 2명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국보법 위반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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