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지하철 △버스 △택시 △철도 △항공기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됐다. 2020년 10월 13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888일 만에 마스크를 벗게 됐다. 대형마트나 기차역 터미널에 있는 출입문 없는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제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아 있는 곳은 일반 약국, 병원, 장애인복지시설 같은 감염취약시설이다.
정부가 대중교통 마스크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데는 지난해 초겨울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차 대유행이 사실상 끝난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재유행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올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분 해제한 후로도 일평균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국내에서 3000만 명 넘는 감염자와 3만4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종식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위기경보는 아직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다. 정부는 다음 달 말이나 5월 초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한 후에야 위기경보를 하향 조정하고 나머지 마스크 규제도 풀 예정이다. 60세 이상 코로나19 치명률은 0.12∼1.94%로 여전히 계절성 독감보다 높은 수준인 만큼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보호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처럼 ‘3밀(밀접, 밀집, 밀폐)’ 환경에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로 독감 환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코로나19가 끝난 후로도 개인위생 수칙은 생활화해야 한다.
정부는 일상 회복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다. ‘팬데믹 블루’보다 위험한 것이 ‘엔데믹 블루’, 즉 재난이 끝날 무렵 덮쳐 오는 우울감이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울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며 사회적 단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의 정서적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국가 간 이동량 증가로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다. 2002년 사스 발병 후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까지는 6년, 코로나19 발병까지는 5년이 걸렸다. 감염병 감시부터 검역 방역 치료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 미래 감염병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준비된 만큼 피해는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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