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적응 사회로] 정지태 골든에이지포럼 공동대표
“정년 늘리고 노인 연령 높여 일하고 싶은 60대 일하게 해야”
“1981년 당시 67세가 지금의 84세라고 봅니다. 현재 60, 70대는 충분히 일할 만한 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정지태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69·사진)는 “이제는 노인을 재정의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는 대한의학회장과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09년 설립된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은 분야별 고령 전문가가 모여 고령사회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단체로, 이미 13년 전부터 노인 연령 상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과거와 달리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공감대도 커졌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노인이 많아진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나이가 듦에 따라 미세한 운동능력은 줄어들겠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심리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며 “요즘은 75세까지 거뜬히 건강을 유지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81년 당시 66.7세였지만 2021년에는 83.6세로 20년 가까이 늘어났다.
정 교수 역시 고혈압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주위를 봐도 건강 상태로만 따지면 40년 전과 지금의 노인 연령이 같을 수 없다”며 “그만큼 정년을 연장해 오래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노인도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65∼69세 노인의 55.1%가 ‘현재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021년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78만5000명 중 96%는 ‘지속적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이 상향되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수혜 연령도 늦춰진다. 정 교수는 “은퇴한 대학 동기들과 박물관을 관람하러 갔을 때 지하철부터 박물관까지 전부 무료였는데 ‘과연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런저런 혜택이 정말 많아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나라의 태반이 노인이 되고 나서는 우리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겠냐”고 밝혔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노인복지 예산은 23조2289억 원으로 2020년부터 매년 10% 내외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 교수는 “노인 연령을 상향하되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또 복지 혜택을 받고 있던 노인 빈곤층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 상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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