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서훈, 첫 재판서 혐의 부인…“은폐할 수 없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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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4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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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첫 재판에서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 서훈 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은폐할 수 없는 상황”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3.3.24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3.3.24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입장 발표에서 “이 사건 공소장에는 범죄 구성요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실이 장황하고 반복적으로 기재돼 재판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해 공소기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 넣어야 하며 기타 서류나 증거는 첨부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서 전 실장 측은 기소 직후 다수 언론에서 공소장에 언급된 ‘미쳤다 미쳤어’를 인용해 보도한 사례를 언급했다. 공소장에는 해당 발언이 사건 은폐 정황을 파악한 일부 직원이 직접 발언한 사례로 인용됐다.

그러나 이는 원진술자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힌 내용이 아닌 제3자에게 건네 들은 내용을 말한 이른바 ‘전문진술’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공소장에 기재됐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또 “공소장이 적법하다는 전제로도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고 이대준씨 피격, 사망 사실을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당시 이미 국가정보원과 국가안보실 직원 수백명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돼 은폐가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서 전 장관은 “첩보 신빙성과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며 보안 유지는 군 장성에게 법령상 의무있는 일”이라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원장 변호인은 “관계장관회의 참석 지위는 있었지만 의사결정 지위에 있지 않았기에 보안유지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실제로 (첩보 삭제를)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노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청장 측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 검찰 “정부 방임으로 이씨 북한군에 피격…유족에 2차 가해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3.24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3.24
검찰은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북한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알고도 비밀 유지를 지시했고, 정부의 방임으로 이씨가 북한군에게 피격돼 사망했다”며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은폐하기 위해 자진 월북으로 조작해 피해자와 유족에 더 큰 피해를 안겼다”며 “이씨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유족에게 사회주의를 신봉했는지 묻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씨의 사망을 자진월북으로 조작해 유족에게 2차 가해를 안겼다는 주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할 것을 지시하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정보 유출자를 찾기 위해 보안 조사를 하기도 했다.

양측 입장을 파악한 재판부는 추후 격주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31일에는 사건 당시 청와대 NSC 상임위원회 회의기록을 작성한 장모 전 안보전략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은폐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실종상황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을 받는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씨의 피격·소각 등과 관련된 여러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를 받는다. 서 전 장관도 국방부 직원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등)다.

한편 재판에 앞서 이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동생을 월북으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밝혀 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 직후 법정에 출석하는 박 전 원장을 만난 이씨는 “사과하라”라고 소리쳐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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