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당국에 기소됐다. 한국과 미국 당국이 각각 권 대표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가운데, 몬테네그로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권 대표가 송환될 국가와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현지 시간) AFT 통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은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한 권 대표와 관계사인 차이코퍼레이션 한모 전 대표 등 2명을 이날 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전날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 적발된 지 하루 만이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24일 권 대표를 법정에 출석시켜 한국과 미국 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해 송환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몬테네그로 당국에 요청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이라며 “법률과 국제협약에 따라 신속히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미국 등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국가에게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제법은 피의자를 체포한 나라에서 송환할 국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3일(현지 시간) 권 대표의 미국 송환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주요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다루는 뉴욕남부지검(SDNY)에서 수사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백악관은 20일 하원에 제출한 연례 ‘대통령 경제보고서’를 통해 “(테라와 루나는) 신속자금 이체(fast payment)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당국도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경찰도 8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피소된 권 대표에 대해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권 대표를 우리 사법 관할권 안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과도 권 대표의 송환 등을 두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각종 외교채널로 몬테네그로 당국과 접촉하고, 법무부 및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 국내 송환까지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판이 시작되면 현실적으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며 “이후 복역 중에 국내로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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