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뇌물공여 의혹’ 혐의를 인정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유지하라는 쪽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24일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23차 공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재주신문도 진행됐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사원 지원 등을 대가로 쌍방울 법인카드와 차량 등 뇌물·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방 부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조사받기 전 이 전 부지사 측근 A 씨에게 법인카드를 줬다고 허위로 진술을 짜 맞춘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직접 준 적이 없으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측근 A 씨가 어려우니 법인카드 하나를 주라고 해서 (카드를) 준 적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해당 진술은 비슷한 시기 A 씨가 검찰에 진술한 것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방 부회장은 “2020년 8월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로 만나 (법인카드 제공 경위 등에 대해) 어떻게 진술할지 의논하고 그에 맞춰 조사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구속된 후 최근 자백하기까지 거의 5개월 간 허위 진술을 유지했는데, 법정에서는 이 전 부지사 측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제안받은 적이 없냐’는 질문을 하자 “(허위진술 관련) 쪽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쪽지를 받은 경위에 대해 “회장(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검거 날인지, 그 이후인지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는데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김 전 회장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20년 전에 만났다고 말하라는 등의 진술을 지시하는) 내용을 전달했으니 잘 기억하라며 (메모를) 줘서 읽고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쪽지를 받고 다시 넘겨주는 것이 보였을 것 같아 당시 변호사에게 ‘법정에 폐쇄회로(CC)TV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받다 보니 내가 조사 받으며 진술한 내용과 검찰이 제시하는 내용이 확 달라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혐의를 시인하기로 했다”며 “너무 분이 차고 억울해 당시 정황을 모두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검사가 ‘북한은 500만 불을 요구하다 최종적으로 300만 불을 요구했고, 쌍방울이 돈을 주니 선거가 있는 2020년 초순 이재명의 방북을 요청하기로 했는가’라고 물으니, 방 부회장은 “그렇다. 거의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2019년 말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하고 2020년 초에는 국경을 봉쇄하며 교류가 단절돼 방북 초청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 방 부회장은 지난 재판에서 ‘쌍방울 관계자의 검찰 조사에서 (500만 달러를) 북한 사업을 시작할 때 당연히 주는 거마비, 계약금이라고 한 사람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 대가가 맞냐’고 물은 변호인에게 “계약금 성격도 있는 것”이라고 답한 것에 대해서도 정정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번 말한 계약금은 회장과 나의 계약금이면 어떻겠냐고 말한 내용이었을 뿐, 500만 달러는 경기도 대납이 맞다”며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대납해주다 보니 막연하게 생각하던 대북사업이 진화되는 계기가 돼 지불하게 된 것. 대북 관련 능력도 안되고 지식도 없는 회사가 스스로 알아서 500만 불을 줄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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