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이었던 A 씨에게 자신의 재판 증인으로 나와 달라며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던 정황을 검찰이 파악했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2019년경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A 씨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나와 유리한 진술을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가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허위 증언을 했다고 판단하고 위증 혐의를 적용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의혹 관련 첫 구속영장 청구다.
A 씨는 이 대표가 연루된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에서 전화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다. 2002년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 연루된 ‘분당 파크뷰 사건’ 의혹을 제기했던 이 대표는 언론사 PD가 검찰을 사칭할 때 공모한 혐의로 2004년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PD가 한 건데 옆에서 인터뷰하다 (사칭을) 도와준 것처럼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A 씨는 이 대표 1심 재판에 나와 “당시 김 전 시장 측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가 있었다”며 이 대표가 누명을 쓴 것이란 취지로 증언했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A 씨가 그런 증언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김 전 시장 성품상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고 가자는) 그런 취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반박했다.
검찰은 또 A 씨가 김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알선 등의 대가로 민간사업자 정모 대표에게 70억 원을 받기로 합의한 뒤 이 중 35억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했다. 백현동 의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등을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부지 용도 4단계 상향 등 특혜를 줬고, 김 전 대표가 로비스트 역할의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이 대표 전화를 받고 증인으로 나선 건 맞지만 법정에선 스스로 기억나는 대로 진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 측은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백현동 사업과 무관한 선거법 재판과 관련해 ‘진실을 증언해달라’고 한 것이지 위증을 요구한 게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오전 10시 반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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