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적응 사회로] 인구학 전문가 조영태 교수
“기성세대 과감한 양보 없다면
10년안에 재앙같은 상황 도래”
“저출산 정책에 대한 2030의 냉소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그들은 분명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 것입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성세대가 과감하게 양보해 2030세대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따라 한국이 각자도생의 모래알 사회로 갈지, 사회적 연대감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사회가 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는 국내 인구학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출산율 0.78명이라는 성적표는 2030세대 사이에서 ‘왜 국가를 위해 애를 낳아야 하나’라는 냉소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20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교육을 많이 받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란 세대다. 이들이 부모보다 잘살 수 없다고 보고 출산을 피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5년 이내에 2030을 설득할 저출산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산술적으로 현재 20대 여성 약 23만 명이 현재 출산율(0.78)대로 아이를 낳는다면 한 해 출생아 수가 15만∼16만 명이 된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한 해 출생아 수가 10만 명으로 줄어드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
문제는 50년 만에 출산율이 4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도 우리 사회 모든 제도가 아직 합계출산율 2.0명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점이다. 학교에는 교사가 남아돌고, 기업은 인력이 부족해지는 등 준비 없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려고 노력하는 한편, 저출산고령사회에 적응하는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한국의 유례없는 저출산의 이유로 ‘서울로의 자원 집중’을 꼽았다. 조 교수는 “정부가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낮은 소득을 지원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서울에 집을 구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정책 대상자가 되는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런 단기적인 정책보다 인구와 일자리를 분산시켜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라는 희망을 주는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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