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800여만 원이 든 가방을 버스에 놓고 내린 일본인 관광객이 버스기사의 발 빠른 대처로 되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172번 시내버스 기사 이성문 씨(55)는 지난 19일 낮 12시20분경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차고지로 들어온 다음 버스 안에서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5만 원권 47장, 1만 엔(약 9만9000원)권 47장 등 약 800만 원의 현금과 일본 여권, 비행기 표가 들어있었다.
이 씨는 아까 버스에서 본 일본인 관광객의 가방이란 것을 직감했다. KBS가 공개한 버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앞서 이 씨의 버스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올라탔다. 그중 한 남성은 캐리어를 옆에 두고 흰색 손가방만 의자에 올려 뒀다. 남성은 잠깐 뒤돌아서 한눈을 팔더니 이내 손가방을 깜빡하고 캐리어만 들고 내렸다.
이 씨는 빨리 주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들고 차고지와 가까운 서울 노원경찰서 민원실로 달려갔다. 현금뿐 아니라 여권까지 잃어버린 외국인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린 것이다.
이 씨는 경찰관에게 “외국인 관광객의 유실물로 보이는데 회사 지침대로라면 주인에게 돌려주기까지 사흘이 걸리니 빨리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주한일본대사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가방 안의 소지품을 살피던 중 호텔 숙박카드를 발견했다. 경찰은 해당 숙박업체에 일본인 관광객의 신원을 요청해 연락처를 구했고, 약 1시간 30분 만에 가방을 돌려줄 수 있었다.
당일 출국을 앞두고 현금과 여권, 비행기 표 모두를 잃어버렸던 일본인 관광객은 “망연자실하던 중 한국인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찾아줘 무사히 관광을 마쳤다”며 이 씨와 한국 경찰에 감사를 전했다.
이 관광객은 이 씨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 씨는 극구 사양했다. 이 씨는 “우리나라에 관광 온 사람이지 않느냐. 일본인이고, 외국인이고. 그러다 보니까 한국인들에 대해서 이렇게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경찰서는 이 씨에게 “외국인의 유실물을 습득해 신고하고 환부한 공이 크므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감사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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