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최근 필리핀 해역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수습을 돕기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긴급방제팀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2007년 최악의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겪으며 오염 방제 기술을 축적한 해경이 해외 방제 지원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해경, 필리핀에 해양 오염사고 대응 전문가 파견
지난달 28일 필리핀 중부 해역에서 기름 80만 L를 싣고 가던 화물선이 엔진 고장으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침몰 사고 당시 기름은 그대로 바다에 유출됐고, 200㎞ 거리까지 퍼지면서 산호초와 맹그로브 등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특히 어업마저 제한되면서 10만 명이 넘는 현지 어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선 장비와 기술이 부족해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기름을 제거할 정도로 방제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의 이런 상황이 전해지자 해경은 필리핀에 인력과 장비를 보내 돕기로 했다. 해경은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오염 방제 기술과 인력을 축적해왔다.
해경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긴급방제팀 등 인력 4명과 유흡착재 20t, 개인보호장구 2000세트, 오일펜스 1000m 등 약 2억7000만 원 상당의 장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유흡착재 20t은 2014년 전남 여수에서 약 90만 L의 기름이 유출된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사용된 양의 약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긴급방제팀 인력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방제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필리핀 현지에서 방제 기술을 전수하고 미국, 일본 등에서 파견된 국제 방제팀과 기술을 공유할 계획이다. 또 오염 장소별 기름 제거 방법과 예방책 등에 대해서도 조언할 예정이다.
●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해경이 해외 방제 지원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2014년 여수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를 수습하며 방제 기술을 쌓은 한국 해경은 해외에서도 방제 기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경은 2007년 태안 사고 당시 곡식을 말리는 그물을 활용해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어선들과 함께 기름 확산을 저지하는 등 바다 위 방제 작업을 맡았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유흡착재를 지원받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방제 기술도 익혔다. 여기에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까지 겹치며 약 1년 만에 최악의 사고를 수습할 수 있었다.
해경은 이 사고를 계기로 충남 대산과 전남 광양, 울산 등 해양 오염사고 발생 위험이 큰 3곳에 광역방제지원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해도 초기 7일간 대응할 수 있는 양의 방제 자원이 보관되어 있다.
이번 파견단의 팀장을 맡은 해경 이종남 긴급방제지원팀장은 “2007년 당시 해경은 해외 전문가 기술 조언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고를 수습하며 선진국 수준의 방제 기술을 갖추게 됐다”며 “이제 한국이 방제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점에서 뜻깊게 생각하며, 필리핀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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