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는 병원 없어”…10대 여학생, 구급차서 2시간 헤매다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20시 59분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구급차가 대구 도심을 2시간 동안 전전하며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암 환자도 의식을 잃어 응급 처치가 필요했지만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4시간 만인 오후 7시경 충남 병원으로 이송됐다.

28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 15분경 북구 대현동의 한 골목길에서 A 양(17)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A 양은 근처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발견 당시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의식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을 태운 119구급차는 오후 2시 34분경 인접한 종합병원으로 이동했으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 할 수 없었다. 곧바로 오후 2시 51분경 중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으나 이 곳에도 입원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했다. A 양을 태운 구급차량은 오후 3시 39분경 차로 10분 거리의 종합병원으로 향했지만 이 곳에서도 역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119구급차량이 오후 4시 27분경 9㎞거리의 달서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으나 A 양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했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A 양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각 병원을 조사해 당시 환자를 못 받은 이유 등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50대 암 환자가 의식을 잃어 응급처치가 필요했지만 4시간 동안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충남까지 이송된 끝에 목숨을 건졌다.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40분경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A씨(57)의 가족들이 “A씨가 의식을 잃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간암 4기로 투병을 하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19는 호남권역 모든 병원에서 “A 씨를 받아줄 수 있다”고 문의했지만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광주권역의 유일한 상급병원인 전남대학교병,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도 포화상태였다. 119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A씨가 기존에 진료를 받던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119는 이날 오후 7시경 A 씨를 충남 천안 대학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A 씨 응급처치를 위해 호남권 모든 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병원에서 어렵다고 한 이유가 병실 부족인지 아니면 인력·장비 부족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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