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세대 ‘챗GPT 대필의심’ 과제 0점 처리… “작문 과제, 필기로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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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서평 표절률 60%, 표절 명백”
대학들 ‘챗GPT 시험 악용’ 골머리에… ‘표절 안할것’ 학생에 서약서도 받아
일부 대학은 챗GPT 활용 강의 개설… “무조건 금지보단 가이드라인 필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이달 초 개강한 대학가를 뒤흔들고 있다. 주요 대학에서 과제 대필을 시킨 것으로 의심돼 0점 처리된 사례가 확인됐고, ‘챗GPT에 대필을 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거나 과제를 자필 시험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일부지만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며 논문 검색과 요약, 작문까지 척척 해내는 챗GPT 활용법을 가르치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

● 챗GPT 과제 대필 ‘0점 처리’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중순 연세대 교양과목 작문 수업에서 담당 교수가 챗GPT 대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수강생의 작문 과제를 ‘0점’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을 읽고 A4용지 절반 분량으로 서평을 써내는 과제였는데 한 수강생의 문장이 지나치게 평이해 의심을 샀다. 담당 교수가 진행한 ‘AI 표절 검사’에선 ‘표절률 60% 이상’이란 결과가 나왔다.

학교 관계자는 “소설을 읽지 않고 챗GPT를 시켜 줄거리를 요약하고 감상평을 작성한 것으로 보였다”며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 2단락 중 1단락이 챗GPT 답변 내용과 일치하는 등 표절 정황이 명백해 0점 처리했다”고 했다.

중앙대 사회과학대의 한 수업에선 개강 첫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표절 관련 교육을 진행한 후 “챗GPT를 활용해 표절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수업을 진행한 교수는 “챗GPT 대필이나 표절이 적발될 경우 0점 처리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의 경우 일부 수업이 표절 또는 대필을 막기 위해 작문 과제를 현장에서 실시하는 필기 시험으로 전환했다. 시험장에선 노트북,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수기로만 답안을 작성하도록 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대의 한 수업에서도 “공부하는 중에는 챗GPT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해 도출한 답을 자신이 쓴 것처럼 제출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학생들 가운데는 챗GPT 관련 서약서 등의 효력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중앙대 4학년생 박모 씨(26)는 “챗GPT를 이용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기 힘들 텐데 의심만으로 불이익을 주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대 재학생 박모 씨(24)도 “챗GPT를 논문 요약 등에 활용하면 과제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며 취업 준비 등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답변을 100% 그대로 제출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전면 금지보다 올바른 사용법 교육해야”
한편 일부 교수들은 챗GPT를 수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는 모습이다.

서울대 인문대 종교학과에선 “챗GPT에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다루는 강의를 이번 학기에 새로 편성했다. 해당 수업 강사인 김영원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종교학의 핵심인 ‘묻고 답하기’ 과정을 챗GPT를 통해 잘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챗GPT를 활용해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는 통·번역 수업에서 챗GPT와 학생의 번역 결과를 비교하며 문법을 교정하는 방식의 강의를 도입했다.

대학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곳도 적지 않다. 연세대는 17일 교수들에게 배포한 ‘챗GPT 등 학습활용 방안’에서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챗GPT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학생들이 직접 검토하고 제출하도록 안내해달라”고 공지했다. 고려대도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교수들에게 배포했고, 국민대는 윤리강령에 ‘챗GPT를 사용한 표절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훈련하는 토론이나 창작 과제에선 챗GPT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일률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올바른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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