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국군 기무사령관(64·예비역 중장)이 도피 생활을 마치고 입국한 직후 검찰에 체포됐다.
29일 서울서부지검은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조 전 사령관이 이날 오전 6시 34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하자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관련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5년 3개월 만에 귀국했다. 법원은 2018년 9월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조 전 사령관은 이날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계엄 문건 작성 책임자로서 계엄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밝혔다. ‘계엄 문건 작성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2분가량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마스크를 벗고 웃음을 내비치는 등 여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기무사 요원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를 대비해 군 병력 투입 등을 검토하는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이었다.
문건에는 대규모 시위대의 청와대 진압 시도, 집회·시위 전국 확산 등 탄핵 선고 후 예상되는 상황들이 기술됐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문건 논란은 2018년 7월 군인권센터 등이 기무사가 작성한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과 군은 합동수사단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조 전 사령관은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다른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합수단은 별다른 성과 없이 수사를 중단했고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 처분했다.
조 전 사령관의 입국과 동시에 검찰은 기소 중지했던 사건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엄 문건 등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했고 서부지방검찰청으로 호송 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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