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50대 여성을 집행유예로 선처하자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 씨(58)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흉기로 남편의 목 등 위험한 부위를 찔러 자칫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며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심에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를 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검찰 자체 기준에 따르면 항소해야 할 사건이다.
하지만 검찰은 A 씨가 30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고, 범행 후 직접 112에 신고해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A 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4시 30분경 인천시 강화군 자택 안방에서 잠을 자던 남편 B 씨(61)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후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B 씨는 사건 발생 전날 밤에도 큰딸에게 “너 왜 자꾸 집에 오느냐”며 물건을 집어 던지며 욕설을 했고, A 씨에게도 “애들을 어떻게 죽이는지 보라”며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B 씨가 결혼 후 자주 때리고 행패를 일삼는 것을 견디지 못해 2000년 이혼했지만 3년 뒤 재결합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했다. 이에 법원은 A 씨가 오랜 기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인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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