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학생 징계 대입 반영, 교육부 근절대책서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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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30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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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청계한빛광장에서 지난 24일 열린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비폭력을 바라는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청계한빛광장에서 지난 24일 열린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비폭력을 바라는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4월 초 학교폭력(학폭) 근절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학폭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상되는 부작용이 다양하고 범위가 넓기 때문인데 설익은 방안을 이번 발표에 포함할 경우 대입 전형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폭 조치사항의 대입에 반영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학폭 근절대책 추진방향’ 자료를 보면 학폭 가해학생의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보존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에서 “학폭 예방, 교육 차원에서도 엄벌주의로 반드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가 ‘엄벌주의’를 언급했지만, 학폭 조치사항의 대입 전형 반영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학폭 조치사항을 모든 대학의 대입 전형에 일률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 법령부터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대입 전형에서 학폭 가해학생의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학폭 가해학생의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것은 대학 자율이다.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이 반영될 경우 소송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실제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지난 2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학폭 조치사항 불복절차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가해학생이 청구한 행정심판·행정소송 건수는 2020년에 비해 각각 1.8배, 2.4배 수준이었는데, 행정심판·행정소송 건수가 급증할 수 있다.

학폭 조치 사항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더라도 학교나 학과별로 영향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의 하나로 꼽힌다.

특정 학교나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의 수능·내신 성적의 차이가 작으면 학폭 조치사항에 따른 감점이 가해학생의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수능·내신 성적의 차이가 클 경우 학폭 조치사항에 따른 감점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수시·정시 전형의 특성 때문에 정시 전형에서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23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 요강을 보면 접수는 지난해 12월29~31일까지였고, 합격자 발표는 지난 2월3일이었다. 반면 서울대 수시 모집 요강을 보면 접수는 지난해 9월13~15일, 합격자 발표는 같은 해 12월15일이었다.

수시 전형 기간이 약 3개월이었데 비해 정시 전형 기간은 1개월에 불과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인식 입법조사관은 “정시모집은 수시모집과 비교해 전형 기간이 짧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해 전형을 시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입법조사관은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 반영을 확대하면 학폭 예방과 근절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입 전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학폭을 객관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역량 강화, 공정한 학생부 기재를 위한 학교와 교사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정부가 수시·정시 모집의 특성, 평가기준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속성·땜질식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대입 전형 반영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과 충분히 협의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학폭예방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나 제도적인 보완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며 “불공정의 해소 문제, 법과 제도의 악용 방지, 피해자 보호와 회복, 학교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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