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한국국제대, 재정난에 밀린 임금만 100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실대학 판정 받아 재정지원 제한
전기-수도요금 밀려 공급 중단 위기
올해 입학한 신입생 27명에 그쳐
재학생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경남 진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국국제대. 재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경남 진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국국제대. 재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 진주의 사립대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학사 운영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학교가 존폐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찾은 진주시 문산읍 한국국제대 캠퍼스. 캠퍼스는 텅 비었고 개강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스산하고 썰렁하기까지 했다. 강의실은 어두컴컴했고, 승강기는 멈춰 서 있었다. 학생식당은 문이 굳게 닫혔고, 화장실은 더럽게 방치돼 있었다. 학생들이 생활하던 기숙사는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었다.

● 재정난으로 밀린 임금만 100억 원

1978년 개교한 한국국제대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은 2018년 시작된 극심한 재정난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부실(하위권) 판정을 받으면서 매년 받아오던 각종 재정지원이 제한돼 학교 재정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다. 급여까지 밀려 교직원들이 한 명씩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고, 2021년 총 180명이던 교직원 수는 올해 58명까지 줄었다. 2003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할 때 1265명이던 입학정원은 2018년에 738명으로 줄었고, 올해엔 393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올해 실제 입학한 신입생은 27명에 그쳐 충원율은 6.9%에 그쳤다.

이 대학은 개강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등록금을 걷지 않았다. 등록금 계좌가 100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에게 압류됐기 때문이다. 학생 교육에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건데 대학이 수개월째 공공요금도 내지 못해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와 수도도 끊길 처지에 내몰렸다. 3개월째 밀린 전기·수도요금은 1억 원 남짓. 한국전력은 15일 전기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학교 측 요청으로 이달 말까지 집행을 연장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권을 가진 법인이 학교 정상화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법인의 재정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법인 역시 국세청 고액 장기체납자에 등록돼 있고 진주시에 체납한 지방세도 2억 원이 넘는다. 법인이 체납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법인부담금도 21억 원에 달한다.

●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 태산”

재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국제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학교가 단전돼 수업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과연 졸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차라리 법인 파산을 선언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편입할 수 있지만 법인과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복합하게 얽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교직원들은 학교 법인의 잘못된 경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캠퍼스 곳곳에 붉은색 글씨로 쓴 ‘일선학원 하면 떠오르는 것=불법 담보대출, 횡령, 인사채용 비리 온상’ ‘부실대학 누가 만들었나? 전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법인을 압박하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등록금 수납하는 방안을 찾아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상황은 막겠다”면서 “대학 정상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한국국제대#존폐 위기#재정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