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가뭄 동시에… “한반도, 기후위기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기상청 ‘이상기후 보고서’ 발간
여름엔 폭염-태풍, 겨울엔 한파
작년 극단적 이상 기후 겪어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역대 최장(最長) 가뭄, 열대야와 태풍이 번갈아 찾아오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한반도가 기후 위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기상청은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벌어진 이상 고온,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여러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 현황을 담았다.

장마와 태풍은 지난해 여름 중부를 뒤덮었다. 보통은 6월 말∼7월 초중순 사이가 장마철이지만 지난해에는 장마철 앞뒤로 계속 중부지방에 정체 전선이 머무르며 많은 비를 뿌렸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일대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8명이 사망하고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됐다. 8월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총 19명(사망 17명, 실종 2명)의 인명 피해와 315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409.7ha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9월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11명이 사망하고 243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내린 비로 전국 곳곳이 ‘역대 9월 일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남부지방은 전례 없는 가뭄으로 타들어갔다. 지난해 장마철부터 가문 날이 이어지며 가뭄일수는 227.3일을 기록했다. 1974년 이후 역대 최장일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은 올해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6월 장마철에 비가 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전북 김제, 정읍, 부안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섬진강댐 저수율은 최근 20% 아래로 떨어져 전년 같은 기간(51.6%)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극단적인 가뭄 상황에 대비해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댐 ‘밑바닥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7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5∼38도까지 올라가며 9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온열질환 환자도 1564명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겨울에는 역대급 대설과 한파로 범정부 비상대응 체계가 수시로 가동된 가운데 혹한으로 인한 사망자 12명, 한랭질환자 447명이 발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남부지방 가뭄, 초강력 태풍 등을 경험하며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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