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본보 ‘표류’ 시리즈에 독자들 공감 쏟아져
“대낮에도 환자 떠도는 현실… 믿기지 않아”
시리즈 보도 중에도 대구 10대 여학생 사망
“무기력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시급” 한목소리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다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현장을 취재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에 대해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응급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봤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나와 내 가족, 이웃이 겪었던 일”이라고 공감하는 한편, “정말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 맞냐”고 탄식했다. 이른바 ‘구급차 뺑뺑이’나 ‘응급실 대란’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 속 위험’이 됐다는 점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무기력하게 표류하는 응급환자들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일상 속 위험 된 ‘표류’
“투석할 병원을 찾지 못해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던 ‘시아버님’이 저런 케이스다. 응급환자였는데 어머니 혼자 환자를 태우고 수도권을 돌아다니셨다.”
1회 ‘서울 한복판서 응급실 찾아 ‘표류’’ 기사(본보 28일자 A1·2·3면)가 보도되자 시아버지가 표류한 경험을 담은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이 글을 남긴 누리꾼(Drea***)은 “진짜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없었던 건지, 받아줄 의사가 없었던 건지 모르겠는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표류’ 시리즈의 울림이 컸던 건 그만큼 ‘표류’를 경험한 독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다른 독자인 이모 씨는 “구급차 타고 병원에 실려 가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촌각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동응답(ARS)이 나올 수 있나”라고 했다. 방송인 남희석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보 기사를 공유하며 “서울은 응급실보다 상조회사에 가깝다”는 글을 남겼다.
의료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독자(sotf****)는 “(기사에 나오는) 시간대를 보면 심야나 새벽이 아니다. 전부 평범한 낮 업무시간이다. 근데도 ‘표류’가 일어났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라고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반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119구급대원들과 의료진에게 감사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임산부 시절 구급차에서 떠돌다 겨우 응급실 들어갔는데 산부인과 선생님이 없으셔서 4시간 뒤에 진료 봤었네요. 열나면 안 받아준다고 손선풍기로 체온조절 해주신 구급대원분들 잊지 못해요.”(화서콩**)
● 이 순간에도 표류…표류 중 10대 사망 사고
‘표류’ 시리즈가 보도되는 중에도 응급환자들의 표류는 계속되고 있다. 19일 오후 2시 15분경 대구 북구에서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을 2시간 동안 전전하며 대학병원을 포함한 7개 병원의 응급실 문을 두드렸지만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병상이 모두 차 있다”거나 “의사가 없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표류’ 현장의 이준규 군(13), 박종열 씨(39)의 사연과 다를 바 없다. 이 여학생은 오후 4시 54분경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A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결국 숨졌다.
응급환자의 표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최고위원회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228분, 378분 동안 표류한 준규, 종열 씨 사례를 소개한 뒤 “전문의와 병상이 없어 야기되는 응급의료 체계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종성 의원도 기사를 읽고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력 확충과 전국적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기반 강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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