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운영되면 2055년에 기금이 바닥나고 2060년에는 월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보험료율(9%)의 3.8배다. 기금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기를 5년 정도 늦출 수 있지만 최근 경제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심각한 저출산, 보험료율 급등으로 이어져
31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추계위)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기금 소진 시점 등을 전망하는 추계를 한다. 앞서 1월 추계위가 발표한 것은 시산(試算) 결과, 즉 잠정치였고 이날 발표가 최종 수치였다. 추계위는 1월 발표 때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료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 개의 시나리오를 더 내놨다.
1월에는 2046년 합계출산율이 1.21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금은 2055년 고갈되고, 2060년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9.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금은 기금으로 쌓아놓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지만 2060년에는 이미 기금이 고갈된 뒤이기 때문에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식으로 연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률이라고 한다.
추계위는 이번 최종 발표에서는 합계출산율이 각각 0.98명(2054년)일 경우와 1.02명(2050년)일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도 내놨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출산율’, 초저출산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변동이 없지만 부과방식비용률은 34.3%로 오른다. 저출산이 인구 감소, 연금 가입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2060년 부과방식비용률이 32.6%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2060년 월급이 4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내야 하는 보험료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일 때 137만2000원, 1.02명일 때 130만4000원, 1.21명일 때 119만2000원이 된다. 이 금액 중 절반은 회사가, 절반은 A 씨가 부담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59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65세(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 연금을 받는다. 이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22세(2001년생) 이하 젊은이들은 2060년에 월급의 34% 이상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혁을 미루다간 현재 대학에서 공부하며 사회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연금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 수익률 높이면 고갈 늦출 수 있지만… 최근 적자
다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면 고갈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추계위는 기금투자수익률 변화에 따른 기금 고갈 시점을 분석했는데, 기본 수익률을 4.5%로 봤을 때 고갈 시점은 2055년이었다. 만약 수익률이 0.5%포인트 올라 5%가 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으로 2년 늦춰진다. 1%포인트 오른 5.5%가 되면 2060년으로 5년 늦춰진다.
하지만 이처럼 수익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우리 국민연금 수익률은 대내외 투자 환경 악화로 ―8.22%로 적자였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9%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이르면 4월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불과 6개월 남은 시점이어서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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