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이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붙잡힌 피의자 3명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피해자 가상화폐 빼앗으려 범행”
2일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모 씨(35·법률사무소 직원), 황모 씨(36·주류업체 직원), 연모 씨(30·무직) 등 일당 3명이 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하며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정황을 파악했다.
황 씨와 연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부터 피해자 사무실 주변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경 퇴근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연 씨는 “처음부터 금품을 뺏은 후 살해하려고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피해자 납치 살해 과정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가 대학 동창 사이였던 황 씨를 통해 범행을 기획했고, 황 씨가 배달 대행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연 씨를 범행에 끌여들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피해자를 지목해 황 씨에게 (납치·살해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씨가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납치 후 공범들과 만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내게 갚아야 할) 빚 3600만 원을 탕감해주겠다’고 약속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납치·살해가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와 연 씨는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고, 이 씨는 일당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가상화폐에서 비롯된 원한 관계로 얽혀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상화폐 관련 업체 대표인 피해자 남편(수감 중)과 피해자, 이 씨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연 씨와 황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씨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일절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4의 인물이 신상정보 넘긴 정황 포착”
경찰은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를 하던 ‘제4의 인물’이 피해자 자택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이 씨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자라고 볼 만한 인물들이 더 있다”고 했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버리고 달아난 차량 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와 주사기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피해자에게 진정제 성분을 투여한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오전 6시 전후에 피해자를 암매장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살해 전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실제로 탈취했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치명적 외상은 없고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 등 3명에 대해 강도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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