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라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다.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은 곳은 서울로 0.59명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아도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고, 교육 등 자녀를 돌보는 데 힘을 쏟을 여력도 없어 출산 자체를 고민하는 예비 부모들이 많은 상황.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의 자치구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한편, 자녀의 건강관리까지 신경 쓰면서 부모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자치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서울 동대문구, 양천구, 광진구, 중구의 사례를 살펴본다.》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 체계 구축”
동대문구, 저출산 대응 TF 꾸려 특색사업 추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동대문구 조성.’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의 올해 목표다. 동대문구는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저출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임신, 출산, 보육, 돌봄, 교육 관련 부서와 함께 저출산 극복 방안을 모색해 특색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동대문구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응 사업은 총 39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 다자녀가정 입학축하금 등을 지원하는 기존 사업에 더해 임산부·맞벌이·다자녀가정 가사 서비스 지원, 모자 건강관리센터 건립 등 8개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동대문구의 저출산 대응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양육과 돌봄. 총 99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부모급여, 아이 돌봄을 지원하는 한편, 우리동네 키움센터 운영, 장학금 지원 등 사업을 추진해 부모들의 양육·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다.
이 구청장은 “저출산 대응 TF는 맞춤형 저출산 대응 정책을 추진할 뿐 아니라 출산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각종 홍보 캠페인 및 교육 등의 인식 개선 사업도 함께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천구,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 운영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양천형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에서 부모가 갑작스런 출장이나 밤샘근무, 사고·입원 등 긴급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경우 심야시간에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양천구만의 특화된 보육서비스다.
구는 관내 국공립어린이집 85개소와 함께 이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24개 어린이집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서비스를 실시했다. 기존에 심야 돌봄이 가능한 어린이집은 양천구 내에 1개소가 있었지만 이를 대폭 확대한 것.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은 심야 돌봄(오후 7시 반∼다음날 오전 7시 반)이 연중 상시로 운영된다. 특히 권역별로 균형 있게 배치돼 부모들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구에 거주하는 12개월∼만 6세 미만의 영유아라면 사전예약(전화) 또는 현장 방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1명당 월 최대 80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며 가정 부담 보육료는 시간당 1000원이다.
이 구청장은 “양천형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을 통해 24시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만듦으로써 저출산 위기 해결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유아기 교육·건강관리 잡는다”
광진구, ‘취학 전 책 500권 이상 읽기’ 사업 추진
자녀가 글을 깨치고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부모는 취학 전 자녀의 올바른 독서 습관 형성을 목적으로 동분서주하곤 한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김경호)는 이런 부모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취학 전 책 500권 이상 읽기’ 사업을 추진한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만 4∼6세 어린이라면 △광진정보도서관 △중곡문화체육센터도서관 △자양한강도서관 △자양제4동도서관 △구의제3동도서관 △아차산숲속도서관에 방문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참여 어린이에겐 독서가방, 독서여권, 독서통장이 들어 있는 ‘독서 활동 꾸러미’가 제공되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은 뒤 독서통장에 읽은 책의 목록을 기록하는 것. 이후 독서여권에 스탬프를 받은 어린이들은 100권, 300권, 500권 등 단계별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책과 기념품이 포함된 랜덤 북박스와 인증서를 받는다. 어린이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독서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김 구청장은 “앞으로도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소중한 경험이 평생의 독서 습관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 아동 건강관리사업 추진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아동·청소년의 건강관리에 집중해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새 학기에 맞춰 지난달 다시 문을 연 충무스포츠센터 도담도담 어린이 건강체험관에선 만 3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채로운 건강 놀이 체험을 제공한다. 손 씻기, 구강 위생, 성교육 교재 등 건강 교구 32종도 빌려준다.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한 신체활동 늘리기 사업도 추진 중. 어린이집 5곳 114명, 초등돌봄센터 9곳 31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신장과 체중을 측정하고 △유연성 △근지구력 △순발력 등을 측정하는 검사를 진행했다. 올해 12월까지 각 기관에 강사와 교구를 지원해 근육 발달, 균형감각, 협동심 향상을 위한 신체 놀이 교육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보건소 의료진과 구강교육 전문강사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6∼8세 아동의 치아를 검진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구강건강의 중요성과 칫솔질 방법 등을 교육해 어린이들이 올바른 구강 건강관리 습관을 가지도록 돕기 위함이다.
김 구청장은 “어릴 적 건강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만큼 우리 중구는 양육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조기에 찾아내는 ‘건강지킴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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