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범일동에 사는 학생들은 버스로 20~30분이 걸리는 초량동 부산중·부산서중으로 통학을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3㎞가 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근의 금성중이 2020년 폐교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1시간 이상을 길에서 허비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이런 현상은 서울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염강초·공진중, 올해 화양초가 폐교했고, 2024년에는 도봉고의 폐교가 예정돼 있다. 학교 운영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초중고는 올해 기준 135곳에 달해 몇 년 사이에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통폐합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통학 차량을 지원하는 법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장거리 통학 학생에게 통학차량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통학거리가 1.5㎞를 초과하는 통학구역에 거주하는 초·중학생들에게 시·도 교육감이 통학차량 운영, 통학비 지원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김윤덕 의원도 정부 또는 지자체가 학생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통학 지원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원거리 통학학생을 위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통학버스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개정안들이 통과된다면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통학 문제는 학교 통폐합뿐만 아니라 신도시 조성에 따른 학교 수 부족 때문에 벌어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수서 신혼희망타운 입주 학부모들과 자곡동 율현초 학부모들과의 갈등이다.
애초 예정됐던 신혼희망타운 내 초등학교 신설이 무산되면서 신혼희망타운 학부모들은 200m 떨어진 율현초 배정을 원했다. 하지만 율현초 학부모들이 과밀학급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면서 신혼희망타운에 사는 학생들은 자칫 1.5~2㎞ 떨어진 수서초로 등교할 상황에 처했다.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지난해 말 신혼희망타운을 율현초·자곡초 공동통학구역 설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학교의 통폐합과 신도시 조성 등으로 인해 장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구도심은 학교 문을 닫고, 택지개발지역은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는 것이 이제는 서울의 풍경이 됐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통학 문제가 불거지니 차량 지원 얘기가 나오지만 그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학령인구 감소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지만, 교육 당국의 대비책은 시원치 않다”며 “교육 당국은 지금이라도 예산과 교원을 투입해 맞춤교육, 균형발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정부가 과연 그런 선택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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