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부살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3일 이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폐쇄회로(CC)TV도 많고 보안이 철저한 지역이라 (피의자들이) 뜻한 바를 쉽게 이루기 어려워서 두세 달을 미행한 것 같다”며 “그런 와중에 도저히 빈틈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법이 굉장히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목격자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건데, 그만큼 절박하게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납치범이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면 이러지 않을 것 같다. 피해자와 납치범들이 안면이 없고, 빈틈을 노리기 어려운 관계였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납치범들의 절박함과 청부살인을 연관 지었다. 그는 “청부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청부는 시한을 주기 때문에 ‘왜 시행하지 않느냐’고 재촉받는 등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했다. 이어 금전과 연관된 원한 관계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공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직접적인 가해 행위를 한 2명 말고, 그 배후에 있는 사람들과 피해자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 같다”며 “그 배후가 몇 명인지, 어디까지인지 수사해야 나올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신상 공개 논의와 관련해선 “3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은 계획범죄로 볼 수밖에 없다.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불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건하고는 질적으로(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절대 불안해하지 마시라. 굉장히 안전한 사회다. 이 사건은 어떤 특정한 관계에 의해서 일어난 거라 일반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용의자들이 납치에 사용한 차량의 특수성에 주목하며 경찰 대처도 지적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 벨로스터에 대해 “조수석 뒤쪽 문만 열리고 운전석 뒤쪽 문은 열리지 않는다. 피해자를 안에 몰아넣었을 때 차량의 반대쪽 문을 열고 뛰쳐나가 도주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그런 차량을 준비한 것 같다”며 “비교적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의 특수성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에 고속도로에서 지금 이런 차량을 추적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CCTV에 번호판도 찍혔고 차량 모델도 다 나와 있다”며 “컴퓨터로 ‘패턴 매칭’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번호판 정보만 입력하면 그 차량이 지금 충북을 빠져나가고 있는지 충남으로 진입했는지 등을 순식간에 컴퓨터로 알아볼 수가 있었을 텐데 그런 시스템이 지금 경찰청 안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상물에 대한 패턴 매칭)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기에 작동만 시켰으면 몇 분 이내로 차량을 고속도로상에서 포착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여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발생했다. 이모 씨(35·법률사무소 직원)와 황모 씨(36·주류업체 직원), 연모 씨(30·무직)는 당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이튿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검거된 지 사흘 만인 이날 오전 9시 34분경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으로 호송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