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께 홍성군 서부면 판교리 마을 야산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헬기와 소방차가 투입돼 마을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 2023.4.3/뉴스1
“도깨비불처럼 보이는 불씨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다녔어요. 6·25 전쟁 때도 이렇게 무섭진 않았습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주민 김모 씨(88·여)는 평생 살던 집을 화마가 삼켜버렸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2일 오전 11시 40분 인근 야산에서 시작한 산불이 마을 초입까지 확산되면서 김 씨의 집을 삼켜버린 것. 이웃에 사는 조카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신한 김 씨는 “금방이라도 집에 불덩어리가 떨어질 것 같았다”며 당시를 돌이키며 몸서리쳤다.
소방 당국은 산불 이틀째인 3일 헬기 18대와 진화인력 3000여 명을 동원해 총력 진화에 나섰으나 최대 초속 15m에 달하는 강풍의 영향으로 주불 진화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73%까지 올랐던 진화율은 오후에 산불이 다시 확산되면서 오후 6시에는 58%까지 떨어졌다. 산불로 탄 산림은 축구장 약 1500개 규모인 1103ha(헥타르)를 넘어섰다. 소방 관계자는 “불씨가 강풍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 옮겨붙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불로 주택 등 건물 67개 동이 피해를 입었다. 소 돼지 등 가축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서부면 이호리 서부초등학교에 대피했던 주민 200여 명은 인근 갈산중학교로 다시 대피했다.
2일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서 시작해 대전 서구 산직동으로 번진 산불도 강풍 탓에 3일 밤 늦은 시간까지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전 한 때 84%까지 진화율이 높아졌지만, 오후 4시경에는 79%로 다시 떨어졌다. 소방당국은 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에 전국 특수진화대를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3.4.3/ 산림청 제공이밖에도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남 함평, 순천 등 전국 21곳 이상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함평에선 산림과 인접한 농협 주류공장까지 불이 번져 공장 시설이 소실됐다.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산림청에 따르면 일 평균 ‘10건 이상’ 산불이 발생하는 ‘산불다발일수’는 2011~2020년 기간 연 평균 7.4일이었으나 지난해는 9일로 1.6일 늘었다. 총 산불 발생 일수 역시 2011~2020년 연 평균 77일에서 2021년 80일, 지난해 98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은 “겨울철 강수량 부족과 고온건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산불 건수와 면적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