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여야 산다” 탄소중립설비 지원-CBAM 대응반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4일 03시 00분


정부-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나서
불소-이산화탄소 저감 설비 등 환경공정 전환 사업비 42% 늘려
10월 CBAM ‘탄소 관세’ 시행 대비… 기술 전문가 협의체 꾸려 지침 마련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 동아일보 DB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 동아일보 DB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까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달 20일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제58차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6차 종합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1850∼1900년대보다 최근(2011∼2020년) 1.09도 높아졌다. 앞서 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의 상승 폭을 21세기 말까지 1.5도로 제한하자고 약속했지만 온난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난달 21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을 발표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18년보다 40% 줄이기 위해 부문별 감축 규모와 방법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것. 2018년 기준으로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3%를 차지한다. 정부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 기업에 탄소중립설비 지원… “장기적으로 이득”

우리나라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이 서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업종·부문별로 연간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양을 정하고 이를 초과해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정해진 양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 돈을 받고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면서, 당장에 감축이 어려운 기업에는 ‘배출권 매입’이라는 임시 방편을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잘 모르거나 대책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환경부는 이를 고려해 2015년부터 ‘탄소중립설비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업체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공정설비 개선이나 전력절감설비 교체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86개 업체에 총 1169억 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2050 탄소중립 선언,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을 고려해 사업비를 지난해(979억 원)보다 42% 증가한 1388억 원으로 늘렸다.

경북 구미의 한 반도체 제조회사는 지난해 말 약 15억5400만 원을 들여 ‘플라마 스크러버’(불소가스 저감설비)를 설치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설비다. 비용은 회사와 정부가 각각 절반씩 부담했다. 회사 관계자는 “온실가스 저감 효율을 90%에서 97%로 7%포인트 끌어올렸다”며 올해부터는 연간 1만6179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출권 비용으로 환산하면 3억300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유연탄(석탄)을 활용하는 회사들도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 모 열병합발전소는 2022∼2023년 국고 보조금(59억7800만 원)과 자기 부담금(약 186억3500만 원)을 들여 이산화탄소 포집(CCU)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열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배가스(排gas·Flue Gas) 중 이산화탄소(CO )를 포집해 냉각시킨 뒤 액화탄산으로 만든다. 이는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CCU 설비가 완공되면 연간 배출하던 이산화탄소 57만899t 중 6만2429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억900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된 것. 업체 관계자는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회사에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 EU, 10월 CBAM 시범 도입… 정부도 비상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눈앞에 다가온 EU의 CBAM 때문이다. CBAM은 EU가 수입하는 제품의 생산·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된 일종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배출 규제가 엄격한 EU 내 기업을 보호하는 일종의 ‘관세장벽’이지만 EU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CBAM이 10월 시범 도입되면 유럽에 철강·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도 EU 당국에 해당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신고해야 한다. 2026년 CBAM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우리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CBAM ‘탄소 관세’가 연간 약 5309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관련기사 본보 1월 26일자 A8면)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환경부는 2월 한국환경공단, 국립환경과학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등과 함께 국내 기업의 CBAM 대응을 도울 전담반을 구성했다. 우선 기업들이 ‘배출량 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기술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배출량 산정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정이 어려운 기업을 위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검증한 배출량 정보가 EU에서 통용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산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CBAM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탄소중립설비 지원#cbam 대응반 가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