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영유아 보육 정책은 선진국 수준입니다. 문제는 학교에 입학한 이후입니다. 교육 시스템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그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다 보니 부모와 아이 모두 불행합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사진)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의 이유로 물질주의적 가치관과 그에서 비롯된 교육 경쟁을 꼽았다. 2017∼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을 지낸 김 교수는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인구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인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정책 변화 등의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해 온 탓에 우리의 가치관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물질적, 생존적인 데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이 고착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는데, 그 속도에 비해 가치관의 변화는 느리다”며 “계층 이동이나 물질적 풍요를 바라는 가치관은 아직 그대로인데 파이가 줄어들었다.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자녀를 키울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물었더니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라고 대답했다는 미 프린스턴대 연구를 언급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경쟁 속에서 ‘우리 아이만큼은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완벽한 부모가 돼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 같다”며 “완벽한 부모가 된다는 것이 완벽한 아이를 원한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마치 ‘군비 경쟁’과 같다고 했다. 한 국가가 군비를 늘리면 인접국에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듯, 한 개인이 사교육을 받으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학원을 보내게 되며 이로 인해 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없고, ‘놀 권리’를 빼앗긴 자녀는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출산·육아 부담을 덜고 아이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결국 기존 일터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청년세대, 특히 여성들이 출산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육아휴직 유연근무 등을 쓰는 게 당연한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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